[새싹]
[잎]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노루삼
옛날,
천방지축 노루 한 마리
배고픈 겨울 눈밭에서 마른풀 찾아 헤매다
어찌어찌하여 산삼 한 뿌리 먹었답니다
추위 얼어 찬 몸
백년 묵은 산삼의 열이 뻗쳐올라
발광하다 허연 개거품 물고 죽었는데,
이듬해 봄
그 자리에 하얀 꽃이 피었답니다
세상은
빗방울 한 점 없는 오랜 가뭄 속에서
온통 검은 짐승들의 얼룩진 사나운 눈초리에 짓눌리며
피울음 우는 순한 나비들의 붉은 아우성
가득해도
온 세상
새하얀 웃음으로 환하게 다 받아주는,
온갖 먼지 쓸어담아 털어내고 날려주는 둥근 솔 털이개처럼
일상에서 지친 영혼
쓰리고 아픈 가슴
달콤하게 달래주는 솜사탕 같은
꽃이 피었답니다
어둔 숲속 화안히 비추고 있답니다
요즘 세상살이
가끔도 아니고 때때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봉변을 당할 때가 많아
참 많이 힘이 듭니다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래도
모두 내 탓이라 속으로 삭이며
눈부신 햇살 저편에 있는
어둔 숲속 노루삼을 찾아갑니다
산삼 먹은 노루가 죽어 피었다는
꽃을 찾아갑니다
눈맞춤 마주하고 앉아서 뜬금없이 한풀이 대신 퍼붓고 옵니다
그러고 나면 한결 속 시원해지지만
한이 많아 죽어서도 다시 꽃으로 핀
저것은
또 무슨 죄,
언제까지 이 짓만 되풀이해야 할까요?
점점 계절이 빨라집니다
차라리 내가 꽃이 될까요?
※ 노루삼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생한다. 뿌리줄기는 짧고 비대하다. 줄기는 곧게 선다. 밑부분에 비늘조각 같은 잎이 있고, 윗부분과 꽃차례에 잔털이 있다. 줄기에서 어긋나는 2~3개의 잎은 2~4회의 3출겹잎으로 잎자루가 길고 작은잎은 계란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결각상 또는 뾰족한 톱니가 있다. 잎맥 위에 잔털이 있다. 5~6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수많은 자잘한 꽃들이 모여 둥근 솔의 모양 또는 솜사탕의 모양을 이룬다. 8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녹두승마(綠豆升麻)」라 하여 뿌리줄기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