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거사 석당 2007. 6. 9. 08:03

[새싹]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솔나리


  소나무를 닮고 싶었다.
  그러나 청청하게 키를 세우는 푸르름에 눈이 부셔 고개 들어 바라보지 못했다.
  대신 발밑에서 들리는 지상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키를 낮추어야 했다.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울고 웃으며 한철 푸르게 살다가 단 한 번 커다란 꽃으로 화안히 등불 밝히고 스러진다 해도, 어쩌면 천년만년 외롭게 우뚝 선 소나무의 고고함보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돋아나는 상처를 눈물로 씻어내는 작은 풀꽃의 가슴이 오히려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붉어지는 마음, 해탈을 하고도 부처의 세계에 들지 못하는 관음의 미소가 그러했을까.
  지상에는 왜 그리 가슴을 찌르는 이야기가 많을까.
  이파리는 여전히 솔잎을 닮아 가는데, 붉어진 얼굴에 퉁퉁 부어오르는 눈시울, 자꾸만 천근만근 고개가 처진다.





※ 솔나리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의 백두대간과 충청북도 월악산, 경상북도 주왕산, 경상남도 가야산에 자생한다. 비늘줄기는 긴 난형이며,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어긋나는데 가는 선형이다. 6~8월에 분홍색 또는 홍자색의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익는다. 한방에서「수화백합(垂花百合)」이라 하여 비늘줄기를 약재로 쓴다. 잎이 솔잎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