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풀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이질풀
꽃을 마주해 보면 알게 됩니다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맞춤을 해 보면 알게 됩니다
꽃은 꽃으로 말을 합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제 몸 살라 피워내는 향기를 붙잡지 않고
바람에게 모두 내어주며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침묵으로 말을 합니다
그 꽃이 이질풀로 피었습니다
어릴 때 배앓이를 심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아픔의 기억이 골수에 유전인자로 박혀
사랑법을 모르는 서투른 세상살이
벼랑 끝에 설 때마다
설사를 하곤 했습니다
타는 여름
잦은 복통과 현기증으로 쓰러진 자리에서
목마른 눈물을 움켜잡고
겨우 눈을 떴을 때,
이질풀
환한 눈빛으로 다가와
흩어진 마음 쓸어 담는 그대를 만났습니다
어머니의 약손 같은 손길
차가운 배가 따뜻해져 옵니다
더 이상 설사를 하지 않습니다
다시 사랑법을 배웁니다
내 몸에도 이제 단풍 들겠지만
낙엽 되어 흙으로 내려앉는 순간까지
온 하늘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같은 열정을
마지막 불꽃으로 활활 태우라고
이질풀에게서 뒤늦은 사랑법을 배웁니다
꽃과 이야기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있는 그 자리에서 뿌리내리고 잎 틔우며
꽃으로 앉아 있는 순간이 행복이라고
웃음으로 말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에 있으며
비에 젖지 않는 꽃이 어디에 있느냐고
향기로 말을 합니다
※ 이질풀 :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 또는 산지의 초원에 자생한다. 군생하며, 전체에 긴 털이 나 있고, 잎은 마주나며 손바닥 모양으로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8~9월에 분홍색 의 꽃이 피는데 꽃잎에는 짙은 홍자색의 맥이 있고, 9~10월에 길쭉한 모양의 열매가 위를 향해 달리며, 익으면 위쪽이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재미난 모양이 된다. 한방에서「현초(玄草)」라 하여 약재로 쓰는데, 설사 등의 위장병과 이질에 잘 낫는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