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덩굴
[새순]
[잎]
[줄기]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노박덩굴
넝쿨지지도 않았는데 덩굴이라 불립니다
어울렁더울렁 어우러져야 한다며
넌출거리길 요구합니다
눈 흘기며 바라보기만 하는
갈수록 메말라가는 세상,
관목이면서도 덩굴로 불리는
한 번 씌워진 멍에를 벗을 수가 없습니다
너도 나도 덩굴로 얽히는 숲 속
꽃으로 꼿꼿이 서 있지 못할 거라면,
화려하게 꽃 피우기보다는
이파리 뒤에 보일 듯 말 듯
연둣빛으로 감추겠습니다
다른 꽃이며 열매며 모두 스러지고 떨어진
칙칙한 겨울하늘 아래서
차라리 원색의 열매로 치장하겠습니다
이렇게라도 존재의 이유를 확인시킬 수 있다면
수없이 얼굴 때리는 찬바람쯤이야
감당 못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눈이라도 내려 모자를 씌워준다면
어느 누가 멋쟁이라 아니 부르겠습니까
다시 봄이 오고 산천이 푸르게 빛날 때까지
한겨울을 포근하게 장식할 수 있다면,
늙어가면서 더 아름다운
이런 사랑 언제라도 앓겠습니다
요즘처럼 눈도 내리지 않는 겨울에
그립고 그리움에 몸서리쳐지는
그런 사랑을 지금 내가 앓고 있습니다
※ 노박덩굴 : 노박덩굴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의 숲 속에 자생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둥근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털은 없으며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으며, 잎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다. 암수딴그루로서 5월에 연두색의 작은 꽃이 피고, 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익으면 노란색의 열매 껍질 속에서 빨간 씨가 나와 세 개로 갈라진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열매로는 기름을 만들며, 한방에서「남사등(南蛇藤)」이라 하여 줄기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