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4)

산사나무 꽃

청수거사 석당 2008. 4. 11. 15:54

[잎]

 


[줄기]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산사나무 꽃


  지난밤 꿈에 옛 친구를 만났다
  젊은 한때 의리를 저버렸던 그,
  봄볕이 풀 나무를 촉촉이 적시고 있는데
  요즘 도통 시꽃을 가꾸지 못하는 이유가 무어냐며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그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노여워
  오랜 시간을 자꾸 밀쳐냈던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그의 손을 지금
  멀리 耳順을 바라보는 고개마루턱에서
  헐떡거리는 숨 고르며 덥석 잡는다

  살아낸다는 게 그런 걸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으면서도
  많은 세월이 흘러 불쑥 찾아온 것이 반가웠는지,
  거리낌 없이 내미는 손을 잡는 내게 조금의 노여움도 없다
  아직껏 후유증의 그물에 갇혀 허우적거리면서도
  이젠 어디에서 무슨 이름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지도 않은,
  전신마비의 교통사고를 안겨준,
  뺑소니 운전자마저도 용서했으면서
  풀지 못할 매듭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때 무얼 잘못했는지 이제껏 모르고 있는 것일까
  천연덕스런 얼굴까지도 개의치 않으며 왁자지껄 이야기꽃이 피고
  칭칭 온몸을 휘어감는 향내
  봄멀미다

  화들짝 놀라 눈떠 보니 꿈,
  자욱했던 밤안개 흩어지고 아침햇살 하얗게 부서진다
  꿈속이긴 하지만,
  반갑지 않은 옛 친구를 느닷없이 기쁘게 만난 일이
  허망하다 싶으면서도 즐겁고 슬프기도 한
  마음의 구름더미
  오랜 동안 내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며, 들켜버린 것이 부끄러워
  발밑에 떨어져 있던 봄을 집어
  힘껏 던진 돌팔매
  바로 코앞에서
  여름바다 속으로 첨벙 빠져든다

  흥청거리는 꽃잔치판에서 웬 꽃상여 타령이냐고?
  스승님을 빼앗긴 잔인한 그때의 오월처럼
  아직 봄은 무덤인데
  무얼 더 할 수 있겠느냐는 타박에,
  이 땅에 뿌리박은 나무들
  꽃 피우지 않는 나무 어디 있느냐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꽃 피었으니
  빠알갛게 열매 익어가는 가을은 분명 올 것이라고 으름장 놓으며
  저만치서 산사나무 꽃이 베시시 웃고 있다





※ 산사나무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개울둑이나 마을 부근과 산기슭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거칠고 가지에 털이 없으며 잔가지가 변한 가시가 있다. 잎은 계란형 또는 세모진 계란형으로 어긋나는데 가장자리가 깃꼴처럼 얕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뾰족하고 거친 톱니가 있다. 5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꽃잎은 5장으로 가지 끝에 모여 산방화서를 이루며 꽃밥은 붉은색이다.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데 흰색의 반점이 있고 끝부분에 꽃받침 자국이 남아 있다. 정원수로 심기도 하고, 열매를 차와 음료로 식용하며, 한방에서「산사(山楂)」또는「산사자(山楂子)」라 하여 열매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