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상사화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흰상사화
오늘도 또 그대는
아픔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대에게 베인 상처
자꾸 쑤시고 덧납니다.
쿡쿡 쑤셔오는 통증
그리움이 곪아 고름으로 흐릅니다.
세월의 강 위에서
마주 볼 수 없어도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오래전에 버렸습니다.
아프다 못해 하얗게
바래지는 그리움
언젠가 무디어지겠지요.
그땐 잊혀지겠지요.
외로움도 오래 껴안고 있으면 친구 되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짓물러터지는 상처
핏빛 진물이 흘러내립니다.
고름이 하얗게 꽃으로 피고 있습니다.
눈물 마르고
꽃이 별 될 때까지
앞으로도 열심히 그리워하며
온몸으로 아파하고 외로워하렵니다.
외롭고 그리워 아픈 것보다는
무디어지고 잊혀짐이 더 무섭고 서러운 일이므로
그건 사랑이 아니므로
잎 끝에 번득이는 칼날 세워
스스로 심장을 찌르겠습니다.
아픔이 옹이 박혀 딱지로 말라붙지 않도록
매일 매일 상처를 깨물어주겠습니다.
※ 흰상사화 :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위도, 백양산에서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다. 비늘줄기는 둥글며, 바깥 껍질은 검은 갈색이고 수염뿌리가 난다. 잎은 모여 나는데 연한 녹색으로 넓은 선형이며, 끝이 뭉툭하다. 꽃피기 전에 잎이 나오고, 6월에 잎이 말라죽고 난 후에 꽃대가 올라와 9~10월에 흰색의 꽃이 산형화서로 꽃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붙어 한쪽을 향해서 핀다. 한 줄기에서 나오는 꽃과 잎이 영원히 서로 보지 못하고 그리워하기만 한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진「상사화」의 일종으로 꽃이 필 때는 약간 연노랑이지만, 활짝 피면 흰색이다. 1985년 전북대학교 김무열 교수에 의해 전라북도 부안 태안반도의 위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김무열 교수의 이름으로 학명이 지어졌으며, 위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기에「위도상사화」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