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꽃
[잎]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시계꽃
꽃도 피면 지는 것이거늘
여름날 들판 한가운데 똬리 틀고 앉아
뱅뱅 하늘을 돌리고 있는
꽃아 꽃아
한 계절 보내고 또 한 계절을 맞는
지금 우리의 사랑은 몇 시?
시계바늘이 정오를 가리킨다
개구리 우는 소리 엊그제 들렸는데
벌써 매미소리 뚝 그쳤는가
자취도 그림자도 없이 숨어 휑하니 구멍 뚫린 가슴을 한겨울 칼바람으로 할퀴고 후비며 온몸 신열로 들뜨게 하더니
목마른 여름날 불쑥 찾아와 까르르까르르 숨넘어가도록 웃고 있는 얼굴아
하늘엔 하얗게 구름 흘러가는데
나는 오히려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해바라기는 해를 향해 돌고 돌며 짝사랑으로 목 늘이다 땅에서 땅으로 거꾸러지고, 별들도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결같이 움직이는데,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언제 또 몇 시에 찾아오고 몇 시에 떠날까
나도 따라 시계가 되는
인연의 바람개비,
물레방아 돌리는 일
이제 그만 두련다
눈물 씻어주는 바람 한 줄기 휙 스치고 지나간다
귀뚜라미 노랫소리 아직 아득한데
한 점 꿈을 밝히던 반딧불
벌써부터 그립다
꽃아 꽃아
정오를 넘어선지 한참
땡볕 아래 그림자 하나 없이
시계바늘 잘도 돈다
※ 시계꽃 : 시계꽃과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남미 브라질 원산으로 덩굴손이 있으며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손바닥 모양으로 다섯 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7~8월에 흰색, 연한 붉은색, 연한 청색의 꽃이 피고, 9~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노란색으로 익는다. 꽃은 암술머리가 크고, 열매는「서번련(西番蓮)」이라 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