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나물
[새싹]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조개나물
나는 딱딱한 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딱딱한 껍데기도 없다
거미줄 같은 솜털 속에 고이 간직했던
보들보들한 피부
야들야들한 속살
불러들이고 싶은 내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햇살 늘어지는 이 징글징글한 늦봄
꽃의 아파트 층층마다
불 켜진 창문을 활짝 열어제켰을 뿐이다
입술이 조개처럼 생겼다고 그렇게들 부르는지 몰라도
지글지글 불타는 숯불의 석쇠 위에서
아니면 팔팔 끓는 탕 국물 속에서
가랑이 쩍 벌리고 누워
어서 와서 잡수세요, 하며
딱딱한 껍데기와 아가리 속에
질질 물 흐르는 속살 감추고 있는 貝殼類도 아니고
푸르게 푸르게 잎 틔워 꽃 피우고 싶은
겉과 속 모두
입맛 부드러운 나물일 뿐이다
요즘은 내가 쓰는 詩의 꽃향, 흐려졌는지
더 이상 꿀맛이 나지 않는지
반가운 손님도 자주 찾아오지 않지만,
나름 일편단심 외고집으로
누군가에게 가슴 화안히 비출 수 있는
보랏빛 향내 나는 등불을 켜고 싶다
욕심만 크다고 수군덕거리는 손가락질 받더라도
일생 단 한 번 피워 올리는 꽃의 아파트
층층마다 환하게 불 밝히고 싶은 것이다
※ 조개나물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이나 산기슭 양지쪽 풀밭에 자생한다. 전체에 거미줄 같은 솜털이 빽빽하게 나있고, 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는데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더러 잎자루가 길고 피침형이며, 줄기에 달린 잎은 잎자루가 없고 계란형 또는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6월에 입술 모양의 보라색 꽃이 잎겨드랑이마다 돌려가며 모여 피고, 8월에 납작하고 둥근 모양의 열매가 검은 갈색으로 익는다. 어린잎은 나물로 식용하고, 한방에서「다화근골초(多花筋骨草)」라 하여 꽃이 달린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흰조개나물」이라고 하고, 붉은 꽃이 피는 것을「붉은조개나물」이라고 하는데, 모두 한국 특산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