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5)

노랑무늬붓꽃

청수거사 석당 2011. 6. 5. 23:36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노랑무늬붓꽃


처음 세상은 흰색 도화지
밑그림은 노란색
누구나 하얀 마음으로 노란 꿈을 그린다
그러나 솟아오르는 꿈 위에는
따사로운 햇살만 내리는 것이 아니어서
비바람 불고 눈보라도 치고
세월 내려앉으면
먼지 쌓이고 이끼 자라나며
얼룩이 진다
그렇지만 날마다 붓을 씻어
하얀 마음 위에 금빛으로 수를 놓는
노랑무늬붓꽃
환한 세상을 그린다
세상도 가꾸어야 아름다워진다며
얼굴 화장을 하듯
한 땀 한 땀 기워가는 손길
병들어가는 세상 속도보다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살았다
늘 높은 곳에서 맑은 바람 품으며
물들어 얼룩지지 않으려고
붓을 씻고 또 씻으며
밝은 물감을 골랐지만
그림은 마음껏 그려지지 않았다
작은 키로 높게만 바라본 탓일까
이제는 낮은 곳이 그리워진다





※ 노랑무늬붓꽃 :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며 멸종위기 2급식물이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높은 산과 경상북도 팔공산의 높은 곳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땅속줄기는 가늘고, 잎은 어긋나는데 칼 모양으로 밑부분에서 줄기를 감싸며 맥이 있다. 4~5월에 바깥꽃잎 안쪽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흰색의 꽃이 꽃줄기에 한두 송이씩 핀다. 6~8월에 기다랗게 세모진 삼각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 꽃을「마린화(馬藺花)」라 하고, 뿌리를「마린근(馬藺根)」이라 하며, 종자(씨)를「마린자(馬藺子)」라 하여 약재로 쓴다. 오대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우리나라 식물학자 이영노 박사의 이름으로 학명이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