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꽃나무
[잎]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팥꽃나무
너와 나의 거리는 얼마쯤 될까
멀어서 갈 수 없는 그리움도 있으나
가까워도 가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멀리 있어도 그리움 출렁이면 가깝지만
가까이 있어도 그리움 마르면 멀게만 느껴지는 것,
다가서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거리 얼마나 멀까
봄이면 꽃은 피는데
붉은 꽃이 피어
단팥아이스크림같이 가지마다 가득가득 살 부비는데,
우리는 언제쯤 마주 손잡을 수 있을까
고운 얼굴
기억이 까마득하다
지난날 몇 번의 만남이 푸른 웃음 숲을 이루며
바람소리 물소리로 한 세월 벅차고 즐거웠으나
심신에 병이 들어 이젠 너를 찾아가지 못하고
오늘도 지친 육신을 내려놓은 채
네 얼굴 담긴 바다의 그림자 비치는
하늘만 올려다보며 누워 있다
지금은 바닥이 다 드러난 물줄기처럼 삭막해져 있지만
그러나 그리움의 샘물은 아직 마르지 않아
언젠가 강물 되어 다시 푸르게 흘러
네가 아침마다 얼굴 씻는 바다에 드는 날이 있으리라
그땐 너와의 거리가 지척일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며
팥꽃나무는 꽃눈 속에 바다를 품을 것이고
나도 다시 일어나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 내딛을 것이다
※ 팥꽃나무 : 팥꽃나무(서향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 평안남도에서 전라남도 진도까지 서해안 바닷가 근처의 산이나 들에 자생한다. 가지는 암갈색이며, 잎은 마주나는데 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짧고, 끝이 뾰족하다. 3~5월에 진한 자홍색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7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반투명한 흰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원화(芫花)」라 하여 꽃봉오리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