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5)
땅빈대의 가을
청수거사 석당
2011. 9. 29. 04:37
[암꽃]
[암꽃과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땅빈대의 가을
보잘것없는 조그마한 낯짝으로
향기도 없이
땅바닥에 드러누워
누구에게도 위안의 꽃이 되지 못하는,
꽃이라고 하기엔
그냥 풀이 더 맞겠지
그렇다고 굳이 그리 이름 불러야 하는가
이 땅에 뿌리 내린 생명들 모두
땅에 빌붙어 사는 목숨 아닌가
홀로 견뎌온 여름
땅바닥은 뜨겁기만 했다
지나는 구름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치는 바람도 손길 한번 건네주지 않았다
그래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웃기만 했다
날아오르려는 꿈, 왜 없었겠는가
서툰 날갯짓으로 퍼덕이다 꽈당
추락해버린 꿈
아픈 게 어디 부러진 몸뚱이뿐이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더는 심각해지지 말자
이만큼이라도 살아온 게 어찌 쉬운 일이었겠느냐고
자신에게만이라도 스스로를 위안 삼으며
낯붉힐 일 없이
귀 틀어막고 눈감고 살자
※ 땅빈대 : 대극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길가 또는 들과 밭에 흔하게 자생한다. 땅 위를 기며 자라고 줄기를 자르면 유액(乳液)이 나온다. 줄기는 붉은빛을 띠며, 보통 가지가 두 개로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는데 긴 타원형으로 양 끝이 둥글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암수한그루로서 8~9월에 연한 적자색의 꽃이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9~10월에 계란 모양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납작하게 익는다. 한방에서「지금초(地錦草)」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