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물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피나물
요즘엔 자주 피를 흘려요
날이 갈수록 뾰족뾰족 날이 서는 햇살
자꾸자꾸 내 몸을 찔러요
바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슬쩍슬쩍 생채기를 헤집어 놓아요
덧나는 상처
철철철 피가 흘러요
꽃을
피워야 하는데, 피워야 하는데,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자궁 속으로 고여 들어
꽃심지를 후벼 파네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며,
봄에 돋는 새싹 이파리 고스란히 나물로 내주고
남은 건
피로 물드는 꽃대궁
그래도 노오랗게 꽃이 피네요
햇살이 자근자근 온몸을 밟고 가도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도 않고 조용히,
말이란 말 뱉어내 봐야
세상의 말은 모두 허망할 뿐이라고,
말의 등을 떠미는 바람
매몰차게 입속에 가두어 두고
꽃은 그냥 피는 게 아니라며,
줄기만 남은 꽃대궁
뚝뚝뚝 떨어지는 핏물 속에서
얄상하게, 뼈지게,
그렇게 꽃이 피네요
※ 피나물 :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노랑매미꽃」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북의 산 숲속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굵고 길며, 줄기는 연하고 곧게 선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은 잎자루가 길고 여러 장의 깃꼴로 갈라지며,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잎자루가 짧고 3~5장으로 갈라지면서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4~5월에 노란색의 꽃이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6~7월에 기둥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양쪽 끝이 가늘고 뾰족하다. 봄에 돋는 어린 순을 나물로 식용하는데 독성이 있으므로 잘 우러내어야 한다. 한방에서「하청화근(荷靑花根)」이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쓴다. 줄기를 자르면 황적색의 유액이 흘러나오는데 마치 피처럼 생겼기에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이와 아주 비슷한 식물로서 원로식물학자 이영노 박사에 의해 발견되어 박사의 이름으로 학명이 지어진「매미꽃(피나물)」은 우리나라 지리산 이남의 남부지방 산 숲속에 자생하는 한국 특산식물로 땅속줄기가 아주 짧고 뿌리에서 나오는 잎만 있으며 꽃이 뿌리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서 피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