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

2012 한국시인협회 봄 문학기행

청수거사 석당 2012. 5. 22. 20:15

 




2012 한국시인협회 봄 문학기행


  5월은 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이지만 올해는 이상기온 현상으로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로 봄이 사라져버리고 여름이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시인협회의 봄 문학기행을 떠나는 2012년 5월 19일 토요일도 그랬다. 그래도 즐거웠다. 오랜 만에 회원들의 반가운 얼굴 정다운 얼굴을 함께할 수 있다는 벅찬 설레임과 기대가 몹시 컸기 때문이다.
  봄 문학기행은 매년 4월 시행하는데 올해는 5월로 일정을 계획하였다. 올해 4월을 눈코 뜰 새 없이 매우 바쁘게 보내야만 했던 필자로서는 문학기행의 일정이 5월로 잡혀있다는 공지사항을 접했을 때, 참석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먼저 기쁘게 했다. 그리고 이번 문학기행의 장소는 천리포수목으로 평소에 개인적으로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더욱 기대와 설렘이 컸다.
  지금은 천리포수목원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일반인에게는 전혀 개방을 하지 않아 출입할 수 없어 보고 싶어도 관람할 수 없는 신비와 선망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 천리포수목원을 필자는 강원도교육청에서 공직생활을 하던 시절에 어렵게 어렵게 단체관람을 할 수 있어 한 번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문학기행을 통해 다시 한번 관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고 설레지 않겠는가.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오전 08:30분경에 서울 운현궁 앞에 모인 200여 명의 회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4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오전 09:00시에 출발하였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이번 문학기행에 참가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인협회'라는 4행시를 짓게 하여 대상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우수상 10명에게는 각각 5만원의 상금을 주는, 신달자 신임 협회장의 이벤트 계획이 발표되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신록의 계절이다 보니 수많은 행락객들로 인하여 고속도로는 많이 복잡하여 차량들이 밀리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는 버스전용차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을 이은 관광버스들로 하여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평택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바꾸어 타면서도 차량이 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차량들로 밀리는 도로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서행을 하다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늦어 오후 12:30분경에야 만리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의 계획 일정에는 서산의 개심사(開心寺)를 관람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아침 출발 시간이 30분이나 지체된 데다가 도로의 막힘 현상으로 인해 당초의 계획을 바꾸어 개심사 관람은 생략하기로 하였다.
  점심식사를 위해 만리포에 위치한 '군산횟집'에 도착하니 박만진 시인과 구재기 시인을 비롯하여 현지에 합류하기로 되어 있는 회원들이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신선한 회와 해산물을 위주로 한 푸짐한 음식들을 준비하여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건배를 하며 즐겁게 점심식사를 했다. 더구나 구재기 시인이 집에서 직접 담가서 준비해온 동동주는 우리 회원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켜 주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우리 일행은 바로 옆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의 관람을 위해 입장하였다. 먼저 천리포수목원의 영상실에서 신달자 한국시인협회장의 인사말씀과 원로시인 김남조 선생님의 인사말씀이 있은 다음 수목원장의 인사말씀이 있었고, 수목원에 대한 설명을 영상물로 감상하였다. 이어 '시인협회' 4행시 이벤트 계획에 의한 이근배 시인의 심사평이 있었고, 대상과 우수상 발표와 시상식이 있었다. 그리고는 수목원의 광장에서 단체기념촬영을 한 후에 개별적으로 관람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천리포수목원은 민병갈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귀화한 Carl Ferris Miller라는 미국인이 1970년대에 조성한 수목원으로 사망하면서 대한민국에 기증한 수목원이다. 17만 평의 전체 면적 중에서 5분의 1만 공개하여 일반인에게 관람을 허용하고 있지만, 다른 수목원과 달리 전혀 인공미(人工美)를 가하지 않고 자연 본연의 모습 그대로 조성하여 자연미(自然美)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400여 종류의 목련, 370여 종류의 호랑가시나무, 250여 종류의 무궁화, 380여 종류의 동백나무, 200여 종류의 단풍나무를 식재하여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봄이면 노랗게 꽃을 피우는 황금목련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수생식물원에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매화마름이 있어 여름에 꽃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목원에는 별로 꽃이 없었다. 봄꽃들은 모두 졌으며, 여름꽃은 아직 시기가 일렀다. 봄과 여름 사이에 피는 꽃만 몇 종류 있을 뿐이다. 붓꽃, 제비붓꽃, 노랑꽃창포, 개구리갓 등 주로 습지식물과 수생식물들이었다. 그저 신록의 푸른 잎을 한껏 달고 있는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식혀주고 있는 싱그러운 모습이 우리들의 가슴을 시원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아직 이른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더운 여름날씨에 수련이 벌써 연못 가득 꽃을 피웠다는 점과 분홍동백이 늦은 철임에도 아랑곳없이 아직까지 피어있다는 점이다.
  너무 넓은 면적의 수목원을 일일이 세밀하게 관찰하며 관람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였다. 그런대로 대충 관람을 마치고 오후 16:30분경에 수목원을 나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모항으로 이동하여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해삼, 멍게, 낙지 등의 해산물을 놓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 17:30분경에 현지에서 합류한 인근지역의 회원들과 작별을 하고 다시 아침에 출발했던 서울의 운현궁으로 귀경길에 올랐다. 서울에 들어서니 곧 다가올 사월 초파일 석가탄신일의 연등행사로 시가지는 교통을 통제하고 있어 도로가 혼잡하고 차량들이 밀려 시간이 늦은 밤으로 자꾸만 밀려나고 있었다. 결국 밤 22:00시가 되어서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모두들 이곳에서 하차하여 늦은 밤의 귀가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2012년의 봄 문학기행은 끝이 났다. 단 하루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회원들과 기쁘고 즐겁게 정을 나눈 시간들, 고마움과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다시 내년의 봄 문학기행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