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5)

낙지다리

청수거사 석당 2012. 6. 26. 15:49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낙지다리


접시 위에
토막 난 낙지다리가 꿈틀꿈틀
입속에서 잘근잘근 씹힐 때까지도 멈출 줄 모른다

혼신을 다해 몸부림치며 육필로 쓰는 아우성

저렇게 목숨 걸고 온몸을 바쳐야
꽃이 핀단 말이지
하얗게 별로 빛난다는 말이지

화려하지 않으면서
초라하지도 않는
저 조그만 꽃 하나 피우는 일,
그토록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지

환하게 세상 밝히지도 못하고
시커멓게 바싹 말라갈 줄 뻔히 알면서도
반짝, 한 순간을 위해
저리도 비장해야 한단 말이지

詩 한 편이 세상을 바꾼다면서,
나는 언제 저토록 뜨거운 육필에
목 터져라 울어본 적 있었던가

한여름 호숫가에서
막걸리잔 놓고
질겅질겅 낙지다리 토막을 씹으며
꽃 피는 낙지다리 바라본다





※ 낙지다리 : 돌나물(꿩의비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들판의 습지 또는 연못가나 개울가에 자생하는 습지식물이다. 줄기는 원기둥 모양으로 붉은빛을 띠며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거의 없고, 좁은 피침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7~8월에 줄기 끝에서 갈라진 가지에 황백색 또는 유백색(乳白色)의 꽃이 피고, 9월에 별사탕 모양의 열매가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흑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수택란(水澤蘭)」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줄기 윗부분에 열매가 붙은 모양이 낙지의 다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