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구절초
[새싹]
[잎]
[분홍꽃]
[흰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바위구절초
게으르다 흉보지 마라
이른봄부터 일찍 서둘러 피는 꽃들 어찌 부럽지 않으랴
쓸쓸히 冬眠에 드는 적막강산, 달래려고
찬이슬 비바람 맞으며 늦가을까지
참고 또 참았나니
쬐그만 몸뚱이 업신여기지 마라
봄부터 중양절까지 구절양장 아홉 마디 키를 늘여도
채 한 뼘도 안 되는 작달맞게 짧은 몸
꽃만큼은 커다랗고 커다랗게, 향기 그윽한 꿈을 키웠나니
가을산 독차지 했다 시기하지 마라
물 한 모금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흙 한줌 없는 메마른 바위틈에서 계절의 마지막 끝을 붙잡고
커다란 꽃송이
이렇게 아름다이 수놓는 이
누가 또 있겠느냐
힘들고 외로워도 행복했다
낮은 곳에서 키를 늘이는 꽃들아, 올라오지 마라
저마다 역할이 있나니
여기는 높은 산 벼랑
사방 깜깜한 추위, 내가 덥히겠나니
일찌감치 옷 벗어버린 산꼭대기
바싹 말라버린 풀들만 누워 있나니
그대 곁에는 아직도 풍성한 가을들판이 함께하고 있잖느냐
홀로 추운 산 덥히는 풍경
마음속 뿌듯해도
드러내놓고 자랑 같은 것 하지 않나니
※ 바위구절초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백두산을 비롯하여 강원도와 이북의 백두대간 높은 산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전체에 털이 빽빽하게 나고,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번식한다. 줄기는 곧게 서는데 20Cm 이내로 키가 짧다. 잎은 어긋나는데 밑부분의 것에는 잎자루가 있으나 위로 갈수록 없어지며, 깃꼴모양으로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고, 갈래는 피침형이다. 7~10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의 꽃이 줄기 끝에서 한 송이씩 피고, 10~11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구절초(九折草)」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산구절초(가는잎구절초)」와 아주 비슷하지만 키가 작고 꽃자루가 짧으며 꽃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