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6)

향로봉 해란초

청수거사 석당 2013. 6. 18. 18:18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향로봉 해란초


  팔다리가 오그라드는구나
  이 한겨울에
  그 한여름 향로봉 정상에서 만나 고향 까마귀 보듯 서로 마주보고 파안대소하며 부둥켜안던 해란초를 생각한다
  해를 더할수록 극심해지는 한파 따라 몸서리치게 뒤틀리는 사고후유증
  서늘하게 등골 훑으며 온몸 긁을 때마다
  여름내 따사롭고 화안한 웃음으로 노오란 꽃대를 밀어 올리던 해란초 뿌리는
  이 겨울에 눈밭 땅속 살림을 어떻게 견디는지 생각한다
  한여름에도 닭살 돋듯 쭈뼛쭈뼛 솜털 곤두서며 살갗 부어오르는 향로봉 찬바람 고스란히 맞으면서
  지난여름
  그토록 화사하게 청춘의 열정을 쏟아내었는데
  무슨 기력으로 다시 오는 여름의 우뚝할 청춘을 여투고 쟁이는지 생각한다

  제설용 모래흙에 묻어 떠밀려나온 고향
  타관 땅에 어찌어찌 용케도 뿌리 내렸지만
  가물가물 보이지도 않는 바다 파도소리 갯내음 바람에 묻어오면
  아직 달달하고 뜨거운 사랑의 피
  몇 종지나 남았는지
  자꾸만 동쪽으로 고개 돌리는 마음
  다시 사랑이 오면
  해란초 뿌리는 무척이나 잎을 내고 꽃대 올리고 싶어 언 땅 속에서도 갑갑증이 이는가 생각한다
  마음 궁굴리니 오는 여름에는 열매 익어 날개 달린 씨로 꿈에 그리는 고향하늘을 날 수 있는지 생각한다





※ 해란초 :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바닷가 모래땅에 자생한다. 식물 전체가 분백색을 띠며 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자란다. 잎은 마주나거나 3~4장씩 돌려나는데 윗부분에서는 어긋난다. 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없고 끝이 둔하기도 하고 뾰족하기도 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7~8월에 입술 모양의 연한 노란색의 꽃이 줄기 끝에서 피는데 가운데 꽃잎은 밝은 주황색을 띤다.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씨에 날개가 달려 있다. 향로봉 정상 가까이에서 자라는「해란초」는 동해안에서 운반해온 모래에 섞인 씨에서 근래에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