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 만해축전에 참가하다.
한국시인협회 만해축전에 참가하다.
올해의 만해축전은 2013년 8월 11부터 8월 16일까지 강원도 만해마을에서 열렸다. 이에 한국시인협회에서는 8월 11일의 오전에 계획되어 있는 [한국현대시 100년 대회 심포지엄]과 8월 11일 저녁에 계획되어 있는 [한국대표명시 낭송대회] 행사를 주관하게 되어있으므로 만해축전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국시인협회에서는 8월 10일 저녁의 만해축전 전야제를 관람하고 8월 11일 행사를 위해 일찍 출발하기로 하였다.
한여름의 뜨거운 폭염에도 불구하고 2013년 8월 10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오후가 되도록 세차게 내리고 있어 연일 계속되던 폭염의 더위를 식히며 한결 숨통을 틔워 주고 있었다. 만해마을로 출발하기 위해 회원들은 오후 12:40분까지 서울 종로구 운현궁 앞에 모여들었다. 당초에는 관광버스 1대로 출발하기 위해 참가를 희망하는 회원을 선착순으로 모집하였으나, 참가 희망 회원이 많다 보니 관광버스 2대를 준비하였으며, 또한 한국시조시인협회와 연대하여 시조시인들을 위한 1대의 관광버스를 별도로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총 3대의 관광버스를 타고 오후 13:00시에 서울을 출발하였다. 출발시간 때문에 점심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시인협회에서는 떡을 준비하여 나누어 줌으로써 차속에서 점심식사를 대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서울을 벗어나니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있었다. 경춘고속도를 들어서 달리고 있으려니 비는 완전히 그치고 땡볕이 뜨겁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한창 붐비는 피서철이라서 피서객들의 차량으로 인해 경춘고속도로는 정체가 몹시 심하여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가평휴게소까지 무려 3시간 이상이나 걸릴 정도로 도로의 정체가 심했다. 가평휴게소에서 잠시잠깐 쉬고는 내차 서둘러 내달렸다. 가평휴게소를 벗어나자 도로의 정체가 풀리고 정상적인 주행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만해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17:00시경, 2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무려 4시간이나 걸렸던 것이다.
‘만해마을’은 시원했다. 강원도의 고산지역이므로 열대야도 없었고, 낮에도 폭염이 덜했다. 만해마을 ‘문인의 집’에 숙소의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 저녁 18:00시에 ‘문인의 집’ 1층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한식 부페로 차려진 음식은 ‘곤드레밥’이었다. 맛있었다. 곁들인 다른 반찬들도 깔끔하면서도 맛있었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이라서 필자의 입맛에 아주 꼭 맞았다. 사찰음식은 어느 절에나 가도 참 맛있는데, 바로 그 맛이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밤 20시부터 전야제 행사로 ‘님의 침묵 광장’에서 축하공연이 있었지만, 우리 회원들 대부분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축하공연 관람보다는 회포를 풀며 친목을 다지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최동호 시인, 허홍구 시인, 추교석 시인, 김송배 시인, 정성완 시인, 지순 시인, 이병달 시인, 그리고 멀리 제주도에서 참가한 채바다 시인 등과 어울러 술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밤이 깊어 갔다. 수면을 취할 사람은 숙소의 방으로 들어가고, 필자는 만해마을의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다가 대구에서 올라온 서지월 선생님을 만났다. 서지월 선생님은 하루 전날 올라왔다고 했다. 그리하여 이병달 시인과 함께 셋이서 자정이 넘도록 술잔을 들며 문학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3년 8월 11일, 아침이 밝았다. 아침산책을 나섰다. 이슬을 머금고 핀 ‘달맞이꽃’을 만났다. ‘달맞이꽃’은 밤에 피어 아침에 진다. 그러므로 필자가 서울 생활을 하면서는 ‘달맞이꽃’을 만나려면 서울 외곽으로 멀리 나가야 하므로 아침 일찍 싱싱하게 피어있는 ‘달맞이꽃’을 만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곳 만해마을에 와서야 비로소 싱싱하게 핀 ‘달맞이꽃’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오전 08:00시에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지난밤 많은 이들이 술자리로 인해 숙취에 젖었을 것을 배려하여 숙취를 해소하는 듯이 ‘황태무국’이 차림표에 들어 있었다. 시원한 국물이 간밤의 숙취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오전 10:00시부터 ‘문인의 집’ 대강당에서 [한국현대시 100년을 바로 세운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있었다. 이근배 시인의 사회로 먼저 김남조 시인의 여는 말씀과 김종길 시인의 축하말씀이 있었고, 이어 사회자의 마이크는 좌장을 맡은 한양대 교수 유성호 문학평론가에게로 넘겨졌다. 그리하여 유성호 평론가의 진행으로 먼저 오세영 시인이 제1주제「한국의 근현대시와 정치」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토론자로 나선 경북대 교수 박현수 시인이 질문을 하고 발표자가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토론을 진행하였다. 제2주제는 서울여대 교수 이숭원 문학평론가가「한국문학의 참여 순수 논의와 참여시의 실상」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으며, 토론자로 나선 광운대 교수 장석원 시인이 역시 질문을 하고 발표자가 답변을 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제3주제는 고려대 교수 최동호 시인이「한국현대시와 모국어의 발굴과 갱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으며, 토론자로 나선 고려대 교수 오형엽 문학평론가가 질문을 하고 발표자가 답변을 하였다. 제4주제는 성균관대 교수 홍성란 시조시인이「한국을 넘는 현대시조의 새 지평」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으며, 토론자로 나선 광주교대 교수 염창권 시인이 질문을 하고 발표자가 답변을 하였다.
정오에 심포지엄이 끝나고, 관광버스로 인제까지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오후 15:00시에 인제의 ‘하늘내린문화아트센터’ 대강당에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최하는 제17회 [만해대상] 시상식을 관람했다. 3개 부문 9명의 수상자 가운데 안숙선 판소리명창이 문예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오후 16:00시에 다시 ‘만해마을’로 되돌아왔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에 오후 17:00시부터 ‘불교청년회관’ 강당에서 월간 詩전문지《유심》에서 수여하는 ‘유심작품상’ 시상식이 있었다. 詩부문에는 고려대 교수 초동호 시인이 수상하였고, 문학평론부문에는 경북대 교수 박현수 시인이 수상하였다. 김남조 시인과 김종길 시인이 축하 말씀을 해주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저녁 18:00시에 다시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19:00시부터 ‘님의침묵’ 광장에서 한국현대시 100년 대회 [한국대표명시 낭송] 행사가 있었다. 식전행사로 제17회 만해대상을 받은 안숙선 판소리명창과 그의 문하생들이 펼치는 축하공연이 있었다. 안숙선 명창은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창(唱)으로 작곡하여 직접 불러주었다. 한국시인협회 김유선 사무총장의 사회로 먼저 신달자 한국시인협회장의 인사말씀이 있었고, 이어 김남조 시인과 김종길 시인이 축하말씀을 해주었다. 제1부 시인들의 詩낭송, 제2부 詩낭송 경연과 축하공연, 제3부 詩낭송 경연과 축하공연 제4부 시상식의 순서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제1부 ‘시인들의 詩낭송’에서는 김남조, 정진규, 오세영, 유자효, 강은교 시인이 詩를 낭송하였는데, 유자효 시인은 기나긴 장시(長詩)를 암송함으로써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제1부 ‘시인들의 詩낭송’이 끝나고, 김유선 사무총장은 사회자 마이크를 다른 사람에게로 넘겼다. 한국시인협회의 만해축전 행사 참가는 여기까지였다. 그리고는 우리 일행은 서둘러 귀경길에 올랐다. 밤 20:00시에 만해마을에서 출발하여 동홍천 IC에서 동서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경춘고속도로에 다다르자 도로는 또 다시 막히기 시작했다. 정체가 아주 극심했다. 가평휴게소에 도착하니 밤 23:00시경, 휴게소에도 차량들이 빼곡하여 들어설 틈이 없었다. 갓길에 겨우 차를 세우고 재빨리 화장실만 다녀오기로 했다. 가평휴게소를 벗어나서도 귀경길을 계속 정체가 심하여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서울에 다 와서 올림픽도로로 들어서서야 막히던 길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전날 처음에 출발했던 종로의 운현궁 앞에 도착하니 자정을 넘어 새벽 01:0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들 차에서 내려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서둘러 바삐 귀가하였다.
필자는 집에 들어오니 새벽 03:00시가 되어 있었다. 급히 샤워를 마치고 나니 한꺼번에 피로가 밀려온다. 만사가 다 귀찮다. 곧 바로 잠으로 푹 빠져들었다.
이번 행사에서 필자는 뜻밖에도 고향의 글벗 친구를 만났다.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극작가 최재도와 그의 부인 채재순 시인을 만났다. 이게 얼마만인가. 몇 년 만에 만난 것인가. 그동안 서로 어떻게 지내며 살았는지 밀린 얘기가 참 많다. 행사 일정 때문에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대충대충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다.
극작가 최재도는 이미 고등학생 때에 KBS 한국방송의 라디오 드라마 현상공모에 당선되어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문청시절에 고향에서 생활할 때 필자의 집과 친구의 집을 서로 드나들며 토론으로 문학의 열정을 불태우던 친구다. 그의 부인 채재순 시인은 강원도 원주 문막 출생으로 현재 속초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데, 또한 필자가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속초에서 함께 문학행사를 하며 교류했었다. 벗 최재도와는 명함을 주고받으며 자주 연락하기로 하고 필자가 고향에 내려갈 때는 반드시 꼭 만나 회포를 풀기로 약속했다.
※ 사회를 보고 있는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김유선 시인.
※ 안숙선 명창과 그 문하생들의 식전행사 축하공연.
※ 김남조 시인의 詩낭송.
※ 정진규 시인의 詩낭송.
※ 오세영 시인의 詩낭송.
※ 유자효 시인의 詩낭송.
※ 강은교 시인의 詩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