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거사 석당 2015. 12. 19. 19:19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방울꽃


날씨 궂어 사고후유증 도지는
뼈마디 오그라들며 감기몸살로 울어야 하는 날에는
뜨거워진 몸을 세탁기에 넣어 돌린다
빡빡 빨래판에 부비며 손빨래를 하고 싶어도
두 팔에 힘을 줄 수 없는 장애는
비록 세탁기를 빌리지만,
어지럽게 돌아가는 통돌이에 영혼을 맡기면
육신의 고통은 검은 물방울로 부서져 빠져 나간다
옥시크린 살균 표백제도 넣고
섬유유연제 피죤도 더블 퍼퓸으로 넣어
빨고 헹구고 또 헹구어
탈수로 탈탈 아픔 털어내면
식은땀에 절었던 온몸의 찌꺼기들 모두
물방울 되어 빠져 나가고,
까슬까슬 물기 말라가는 빨랫줄 위에서
내 몸 구석구석 하얗게 빨아 비워진 자리마다
방울방울 가을하늘빛 높푸른 향기 피어오르는
꽃이 핀다
그렇게 청보라 방울꽃이 핀다





※ 방울꽃 : 쥐꼬리망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제주도 물가의 그늘에 자생하는 제주도 특산식물이다. 줄기는 사각형으로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는데 넓은 계란형으로 잎자루가 있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나 있다. 9월에 보라의 꽃이 꽃자루 없이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피는데, 화관(花管)이 통 모양으로 밑이 약간 구부러지면서 갑자기 좁아진다. 9~10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4개의 씨가 들어 있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흰방울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