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

제57회 한국시인협회 정기총회와 제48회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 참관기

청수거사 석당 2016. 3. 27. 20:02

제57회 한국시인협회 정기총회와 제48회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 참관기


  2016년 3월 26일 오후 16:00시, 서울의 충무로 남산 밑에 자리한「문학의 집 ‧ 서울」에서 한국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제48회 한국시인협회상'과 '제12회 젊은시인상'의 시상식과 아울러 '제57회 정기총회'가 있었다.
  이날 행사는 회원 약 1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는데, 먼저 시상식이 있은 다음, 정기총회를 진행하였다.

 

  먼저 이애진 시인의 사회로 한국시인협회상 시상식을 거행하였다. 먼저 문정희 회장의 인사말씀이 있은 다음, 이어 시상식을 하였는데, '제48 한국시인협회상'에는 최문자 시인의 시집「파의 목소리」가 수상하였고, '제12회 젊은시인상'에는 고영 시인의 시집「딸꾹질의 사이학」이 수상하였다. 심사위원으로는 정진규 시인, 오세영 시인, 유안진 시인, 김종해 시인, 이명수 시인이 맡았는데, 심사위원장 정진규 시인의 심사경위 보고와 심사평 발표가 있었고, 김종길 시인이 한국시인협회상을 시상하였으며, 문정희 회장이 젊은시인상을 시상하였다. 그리고 김남조 시인의 축사가 있은 다음 수상자들의 수상소감과 수상 대표시를 낭송하였다.
  시상식이 끝나고 10분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제57회 정기총회'를 개최하였는데, 박상순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하였다. 먼저 박상순 사무총장의 2015년도 사업 보고가 있었고, 김영진 시인의 감사보고가 있었으며, 임기를 마치는 제40대 문정희 회장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2년간 한국시인협회를 이끌어갈 제41대 신임 회장으로 선출하였다. 신임회장은 평의회에서 추대하여 총회의 인준을 거치는데, 최동호 시인이 선출되어 인사말씀이 있었다. 또한 이영춘 시인을 비롯한 감사 두 분을 선출하였다. 그 외에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원과 간사의 임명은 신임 회장에게 위임하였다.

 

  이로써 모든 행사를 마치고 만찬 연회로 이어졌는데 미리 마련되어있는 원탁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푸짐한 음식을 앞에 두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서로 술잔을 나누며 음식을 들면서 정담을 나누었다. 만찬까지 끝나고도 헤어지기 섭섭한 정은 무리를 지어 인근의 술집으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밤늦도록 자리를 함께하며 정을 이어갔다.
  필자는 이영춘 시인, 김왕노 시인, 박주택 시인, 이현승 시인을 비롯하여 몇몇 시인들과 함께 인근의 호프집에서 최동호 신임회장께서 베풀어주는 2차 술자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필자가 한국시인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해오는 동안 작고하신 제39대 김종철 회장의 뒤를 이어 잔여기간을 맡아 제40대인 문정희 회장의 지난 약 1년 4개월이 가장 소통이 안 된 불통의 기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필자는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행사 안내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가장 불통의 기간이었다.
  어느 단체이든 그 단체는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회원과의 친목도모가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사항이다. 그러므로 회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 모임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그 단체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국시인협회는 문정희 회장의 재임기간 동안에는 가장 불통의 기간이었다.
  이제 최동호 회장이 새로 취임하여 2년 동안 한국시인협회를 이끌게 되었으니, 한국시인협회가 앞으로는 보다 원활한 소통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시인협회상’과 ‘젊은시인상’ 수상시인의 대표시를 함께 올린다.

--------------------------------------------------------------------

[제48회 한국시인협회상]








빠따고니아


최   문   자
시집「파의 목소리」(문학동네, 2015)





 

여기는
빠타고니아 얼음 절벽에서 가장 먼 곳
어제는
남루한 도시를 둟고 미지근한 공기들이 20층까지 올라왔다
한소끔 불 땐 그런 상자 안에서
여자들이 아팠다
별들과 멀어질수록
더 많이 아팠다

나도 어제는 많이 아팠다
빠따고니아를 다녀온 후 다시 빠따고니아로 가고 싶어서

다시 찾아오지 말라는 안내표지판을 분명 기억한다

그런데 오늘
아무런 서사도 없이
빠따고니아를 여러 번 불렀다

여기는 별에게서 가장 먼 곳
여름에 더 눈물 나는 여자들
많이 아프다

오늘 나는
아픈 여자의 음성으로
빠따고니아를 여러 번 발음해 보았다
빠따고니아, 빠따고니아……

저녁에는
빙벽으로 가는 것처럼 버스를 탔다
나보다 더 아픈 여자들도 탔다
별이 얼음처럼 차갑게 나오고 있었다
빠따고니아로 가는 것처럼 붉은 구름 밑을 달렸지만
빠따고니아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있었다



* 빠따고니아 : 남미 최남부 칠레와 아르헨티나 양국에 걸쳐있는 반건조성 고워으로 50여 개의 빙하로 덮여 있다.











◆ 최문자
   ▪ 1943년 서울 출생.
   ▪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 198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나무 고아원」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울음소리 작아지다」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사과 사이사이 새」「파의 목소리」.
   ▪ 시선집 :「닿고 싶은 곳」.
   ▪ 시론집 :「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의 상승적 해석」.
   ▪ 한성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한송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 협성대학교 총장 역임.
   ▪ 현재 배재대학교 석좌교수.

--------------------------------------------------------------------

[제12회 젊은시인상]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고     영
시집「딸꾹질의 사이학」(실천문학, 2015)



 

아무 거리낌 없이
강물에 내려앉는 눈발을 맹목적이라고 허공에 쓴다

아픈 기억들을 불러내어 물 위에 놓아주는 강가
무늬도 없는 저녁이 가슴을 친다
하류로 떠밀려 간 새들의 귀환을 기다리기엔
저 맹목적인 눈발들이 너무 가엾고
내겐 불러야 할 간절한 이름들이
너무 많다

강물에 내려앉은 눈이 다 녹기 전에
아픈 시선 위에 아픈 시선이 쌓이기 전에
바람이 다 불기 전에
상처가 상처를 낳기 전에

너라는 말
자기라는 말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말
당신이라는 말
미안하다는 말

모두 돌려보내자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자

속수무책 쏟아지는 저 눈이 녹아
누군가의 눈물이 되기 전에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자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을 배우기 전에







고영
   ▪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 2003년《현대시》로 등단.
   ▪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딸꾹질의 사이학」.
   ▪ 질마재해오름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 현재 계간《시인동네》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