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가래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수염가래꽃
난 너를 읽을 수가 없다
꽃을 들어 마하가섭에게 보였다는 염화미소
닮았다는 짐작만 할 뿐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精讀을 해도
허공에 손바닥 펼쳐 보이는 뜻을 알 수 없다
손오공을 올려놓고 놀았다는 부처님 손바닥이었다가,
공중을 헤엄치는 물갈퀴 오리발이었다가,
땅검불 쓰레기더미 긁어대는 갈쿠리였다가,
논밭 거름 주고 김을 매는 쇠스랑이었다가 호미였다가,
크고 넓고 깊은
저 변화무쌍한 無量樹 세계
이삼사차방정식 미분적분 삼각함수 다 짚어 보고
심리학으로 독심술로 꿰뚫어 봐도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
평생 공부했어도 알아듣지도 재지도 못하고
誤讀을 반복하다가
그냥 꽃이면 되는 거지 하며
주저앉고야 마는
이 안타까운 어리석음이여
오늘도 내 앞에서 꽃으로 보여주는
팔만사천대장경에도 없는 저 묵언의 설법을
날마다 넋 놓고 맥없이 바라만 보면서
※ 수염가래꽃 : 초롱꽃(도라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그 이남의 밭둑 또는 개울가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보통 땅에 깔리며 마디에서 뿌리가 갈라져 나온다. 잎은 어긋나는데 긴 타원 모양의 피침형으로 잎자루가 없고 가장자리에 이 모양의 톱니가 있다. 5~7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1~2 송이씩 피는데 화관은 입술 모양으로 꽃잎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갈래는 피침형으로 좌우 상칭이며 마치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보인다. 9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반변련(半邊蓮)」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꽃잎이 4갈래로 갈라지는 것을「새수염가래꽃」이라고 하는데 전라북도 옥구군 개정면 동정리의 들에서 처음 발견되어 원로식물학자 이영노 박사의 이름으로 학명을 지은 한국 특산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