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미를 다시 읽는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시로미를 다시 읽는다
시로미, 무슨 뜻인 줄이나 알어?
얼빠진 것들아
검은 피부를 하얀 속살이라니?
새콤달콤한 맛을 흰 맛이라니?
암만, 니들이 뭘 알어 작달만한 키로 곧게 서지도 못한다고, 어여쁘고 향기로운 꽃 피우지도 못한 채 높은 산 바위 위를 기어야 하는 몸뚱이이라고, 끝까지 지켜야 하는 마지막 자존심마저 없다더냐
광복 70년 훨씬 지났는데도 창씨개명당한 이름 하나 바로잡지 못하는 것들아 한라산 정상을 오르거든 그저 백록담만 내려다보지 마라
여기 민족의 얼 서린 한라산 꼭대기에 꿋꿋이 살아있다고 애타게 부르짖는 목소리에 한 번이라도 귀 기울어 보라 잘못된 이름 바로잡아달라는 아우성 들리지 않느냐
하기야, 니들이 해놓은 게 뭐 하나 있더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하나라도 깔끔히 해결하지 못하는 얼간이들이 징병이니 징용이니 하는 문제까지 어디 무엇 하나 속 시원히 해결한 적 있었냐 여지껏 친일 청산 못하고 있는 얼간이들이 창씨개명을 어찌 바로잡을 수 있겠냐
똑바로 설 줄 모르고 돌바닥을 기는 하찮은 난쟁이 몸뚱이이라고 무시하고 애써 모른 체 눈 가리고 아웅 하며 큰소리만 쳐 온 것들아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지들 뱃속 채울 궁리나 하는 것들아
“시로미”라니?
검은 피부를 하얀 속살이라고 하는, 새콤달콤한 맛을 흰 맛이라고 하는, 니들이 맛을 알어?
“검은솔자두”라고 제대로 다시 불러 봐라
이 얼빠진 것들아
※ 시로미 : 시로미과의 상록성 활엽 관목이다. 우리나라 북부지방의 고산지대와 제주도 한라산의 정상 가까운 곳의 높은 산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줄기는 옆으로 땅을 기면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작은 가지는 비스듬히 선다. 잎은 가지에 촘촘히 모여나는데 선형으로 두껍고 광택이 나며 끝이 뭉툭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면서 뒤로 말린다. 암수딴그루로서 5~8월에 자주색의 암꽃과 수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는데 꽃밥은 홍색이다. 8~9월에 둥근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암고란(巖高蘭)」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시로미(しろみ)」는 일본 이름으로 한자로는 ‘백미(白味)’ 또는 ‘백신(白身)’라고 쓰는데 ‘흰 맛’ 또는 ‘흰 살’이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때에 일본식물학자에 의해 창씨개명당한 식물의 하나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검은색의 둥근 열매를 흰 살의 흰 맛이 난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어서 빨리 우리 이름으로 바로잡아야 할 식물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잎 모양이「소나무」의 잎처럼 생겼고 검은 열매가「자두」처럼 생겼으므로「검은솔자두」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