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6)

자주땅귀개

청수거사 석당 2017. 12. 6. 20:28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자주땅귀개


때론 부드러운 것이 살을 벨 수 있다
귀 청소를 한다며 귀이개를 두고 면봉을 썼더니
달팽이관이 갈라져 귀에 구멍이 뚫렸다.
솜에 살을 베인 것이다

구멍으로 몹쓸 벌레가 들어갔나 보다
분화구가 생겼다
고름이 화끈화끈 용암으로 흘렀다

질퍽거리는 분화구에
벌레 잡는 꽃씨 하나 심었다

그 후로 고름은 멈췄지만
상처는 한동안 끊임없이 근질거렸다
근질거린다는 건 상처가 아물어 간다는 것이다
꽃 피어 구멍 메우는 일이다

뿌리그물로 벌레 잡고 치료하며, 자주땅귀이개는
꽃으로 알려주었다
부드러운 것에도 몸 다칠 수 있다는 걸
부드러움이 약이 되지만 칼도 된다는 걸





※ 자주땅귀개 : 통발과의 한해살이풀로 식충식물이다. 우리나라 서울, 경기도, 경상북도, 제주도의 습지에 드물게 자생하는 습지식물로 멸종 위기 2급의 희귀식물이다. 뿌리는 실 모양으로 땅속에서 옆으로 뻗으며 벌레를 잡는 포충낭(捕蟲囊)이 있다. 잎은 밑동에서 나오는데 긴 계란형으로 녹색이다. 꽃줄기는 한 개로 가늘고 길며 곧게 선다. 8~10월에 연분홍색의 꽃이 꽃줄기 끝에 2~7송이씩 모여 피는데 꽃자루가 있고 꽃부리의 끝이 입술 모양이다. 아래 입술꽃잎은 계란형으로 뾰족한 거(距 : 꿀주머니)가 있어 아래로 향하고, 윗입술꽃잎은 거(距)보다 짧다. 하나의 암술과 두 개의 수술이 있다. 10월에 둥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꽃받침에 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