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6)

병아리난초 앞에서

청수거사 석당 2018. 5. 13. 20:33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병아리난초 앞에서


병아리난초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

몇 번을 찾아왔으나 더는 꽃 볼 수 없겠다는 생각
부서진 그리움이 땀방울로 흐른다

끝내 터뜨리지 못하고 땡볕에 녹아버린 꽃봉오리
몇 해를 더 기다려야 꽃 필까

계란을
남이 터뜨려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스스로 터뜨려야 병아리가 되듯,

꽃 한 송이 피우는 일도
자기껍질을 깨는 수행의 길

홀로 앉은
남한산성 검단산 벼랑 한가운데의 암벽
흙 한 톨 없이 뺀질뺀질한 바위틈에서
꽃송이 쉽게 피워 올린다면야

감히 환골탈태라 말할 수 없겠지





※ 병아리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암벽에 자생한다. 뿌리는 방추형(紡錘形)이며, 한 장의 잎이 밑동에서 나오는데 긴 타원형이다. 5~8월에 자잘한 홍자색의 꽃이 피는데 꽃줄기의 한쪽에 여러 송이가 달린다. 곁꽃잎은 꽃받침과 같은 길이이고, 입술꽃잎은 곧게 서는데 3갈래로 갈라지는 측열편(側裂片)은 가늘고 짧으며 가운데 열편(裂片)은 수저 모양이다. 거(距 : 꿀주머니)는 갓 모양으로 짧다. 8~9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