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7)

제비난초 자화상

청수거사 석당 2020. 3. 15. 22:35

 

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제비난초 자화상




  오늘도 유월의 숲속에 웅크리고 앉아 거울을 본다
  늘 꼿꼿이 곧게 서려고 안간힘 썼지만 절름발이로 평생을 살았다

  후천적 신체장애야 괜찮다 괜찮아 등 토닥이는 사랑지기의 무릎을 베고 무위도식 희멀건 얼굴로 향기 흘리며 꽃송이 피울 때마다

  박씨 물고 온 흥부의 제비는 못되더라도 선비의 品香을 지키며 제비족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둥지를 틀어야 할 옛 기와집의 처마 사라진 지금 세상은 온통 카바레 콜라텍 나이트클럽 스탠드바 카페뿐,

  겉으로는 어울리지도 않게 기품 있는 헛기침으로 울타리를 치고 안으로는 꽃송이 하나하나에 사랑이라는 향긋한 이름으로 여린 가슴 후리는 閑良, 결국은 제비족이었음을 반성한다

  속내 들통 났어도 양팔 벌려 아낌없이 품어주는 사랑지기의 가슴이 저 푸른 이파리처럼 언제나 넉넉하건만, 날마다 이 행복을 받아먹고 언제쯤 나는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한 문장으로 허브의 꽃탑 세워 올릴 수 있을까

  철 지난 줄기 끝에 다닥다닥 아직도 매달려 있는 어린 꽃송이들, 유월의 하늘처럼 오늘도 푸르다




※ 제비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향난초」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 숲속에 자생한다. 키는 50Cm까지 자라고 뿌리의 일부분이 방추형으로 커지며 줄기는 곧게 선다. 줄기 밑동에 두 개의 커다란 잎이 마주나는데 타원형으로 끝이 둔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밑부분이 좁아지면서 엽초(葉鞘) 모양으로 줄기를 감싸고 큰 잎 위에 포(苞)가 달려 있다. 6월에 흰색 또는 황록백색의 꽃이 줄기 끝에 이삭꽃차례로 빽빽하게 모여 피는데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꽃은 향기가 있고 포(苞)는 피침형으로 꽃잎보다 길이가 짧다. 꽃받침조각은 가운데의 것은 계란형 또는 계란 모양의 타원형이고 옆의 것은 넓은 피침형으로 끝이 둔하다. 꽃잎은 넓은 피침형으로 육질(肉質)이며 가운데의 꽃잎은 꽃받침조각보다 짧고 합쳐져서 고깔모양꽃부리로 된다. 양옆의 입술모양꽃부리는 넓은 선형(線形)으로 끝이 둔하고 거(距)는 길게 밑으로 처진다. 8월에 원추형의 삭과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