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7)

파리풀 자화상

청수거사 석당 2020. 12. 9. 00:03

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파리풀 자화상




뿌리 찧어 파리를 잡던
옛날의 살충제는 전설만 남았더라

파리 한 마리 없는 쌀쌀한 도시에서
들끓던 가난한 정은 멀리 떠나보내고,
소소리바람 들이쳐 숨구멍을 막으며 차오르던
외로움 무겁게 다발 째 끌어안으며,
일 속의 병풍에 갇혀 달음박질만 치던
젊음의 대낮도 한참이나 지났더라

한여름에도 고추바람만 들락날락 회오리치던 막다른 골목 끝
짊어진 외로움 겨우겨우 내려놓고
허공에 절집 한 채 짓던
세심교(洗心橋)의 오후, 달관(達觀)의 세 시도 이미 지났더라

해거름 뒤늦게 어찌어찌 무슨 인연인가 싶은
사랑지기를 만나 비로소 따뜻한
분 넘치는 사랑 꽃탑 쌓아올리며
바라밀의 숲에 들었더니, 여기저기 파리풀
꽃이 지천이더라

얼굴 가득 땀방울 훔치며 숲에 들 때마다
눈을 뜨지 못할 지경으로 달려드는 날파리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면서 훠어이 훠어이
선글라스를 끼고,

그렇게 저녁노을 피는 길목을 사랑지기 무릎에서
그저 좋다 좋다 꽃만 바라보고 있더라




※ 파리풀 : 파리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나무 그늘 밑에 자생한다. 전체에 잔털이 퍼져 있고 줄기는 곧게 서며 마디 사이의 밑부분이 크게 부풀어 마디 바로 윗부분이 두드러지게 굵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삼각 모양의 넓은 계란형으로 매우 얇고 잎자루가 길며 끝이 뾰족하고 맥(脈) 위에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7~9월에 연한 자주색의 꽃이 원줄기와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로 모여 피는데, 입술 모양으로 밑에서부터 위를 향해 올라가면서 피며 점차 옆을 향하고 열매가 달리면 완전히 밑을 향한다. 꽃받침은 입술 모양으로 5개의 능선(稜線)이 있고 성숙하면 뒤쪽 3개의 갈래조각이 가시처럼 되어 다른 물체에 잘 붙으며 까락이 있다. 꽃부리는 입술 모양으로 아랫입술꽃잎이 크고 2개의 수술과 하나의 암술이 있으며 씨방은 1실이다. 9~10월에 긴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으면서 아래로 향한다. 민간에서「승독초(蠅毒草)」라 하여 뿌리를 짓이겨 종이에 먹인 다음 파리를 잡는 살충제로 쓰고 한방에서「노파자침선(老婆子針線)」또는「투골초(透骨草)」라 하여 뿌리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파리를 잡는 살충제로 쓰는 풀이라 해서 이름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