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바람, 흰꿀풀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동쪽바람, 흰꿀풀
동쪽에서 바람이 불면 꽃 피어요 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東風이 불어요 東風 불면 파르르 입술이 떨려요
類類相從이라 했던가요 여느 꿀풀과 같이 있어도 서먹서먹 영 어울리지 못하겠네요 하얀 마음 검붉은 물이 들까봐 불안해요 흰색이 붉은색 보라색들에 끼어서 남다른 건가요
당신이 와요 어서 와요 아무리 질긴 힘줄 굳센 뼈마디로 버티어도 겨우 한 철 살고 여름 되면 바싹 말라버리는 짧은 생, 어찌하면 당신과 함께 잘 살았다 할까요 추억만 간직하기에는 우리의 인연 너무 짧지 않은가요 그래도 당신은 내 운명, 어서 와요 당신이 와요
당신이 자주 다니는 길가에 설까요 당신만 알고 있는 숲속 풀밭에 앉을까요 영주 부석사로 갈까요 안면도 해변 송림으로 들까요 남한산성 숲속에 앉을까요 길가면 어떻고 숲속이면 어떠랴 다른 이의 발길에 눈길에 채이지 않는 곳 자주 쉽게 당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괘념치 않아요
벌 나비 점점 사라져가는 세상, 지난밤엔 밤새도록 비가 내렸어요 오늘은 비 그치고 먹장구름 걷히더니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멀리서도 벌 나비 찾아올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맑은 날 당신이 오면 좋겠어요 더 많은 꿀을 길어 올려 준비해 놓겠어요 당신이 와서 벌 나비와 함께 같이 어울려요
살랑살랑 동쪽바람이 불어 와요 東風 불면 꽃이 피어 파르르 입술 떨려요 떨리는 내 입술에 살짝 당신 입술을 포개어 주면 좋겠어요
※ 흰꿀풀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생한다. 전체에 흰 털이 있으며 키는 3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네모지고 곧추서며 보랏빛이 돌고 털이 드물게 나거나 거의 없으며 아래쪽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는데 잎자루는 위로 갈수록 짧아진다. 잎몸은 넓은 피침형 또는 계란형으로 끝이 뭉툭하고 밑은 잘린 모양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물결 모양이다. 5~7월에 입술 모양의 꽃이 흰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에 층층이 달려 이삭꽃차례를 이룬다. 8~9월에 분과 열매가 황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 ‘하고초(夏枯草)’, ‘동풍(東風)’, ‘근골초(筋骨草)’라 하여 약재로 쓴다. 한반도 북부지방에 자라며, 아시아, 유럽 등에 분포한다. 기본종인 ‘두메꿀풀’에 비해 꽃이 흰색이므로 구분되고, ‘꿀풀’에 비해 기는줄기가 없으며 줄기가 가늘고 흰색 꽃이 피므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