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7)

새모래덩굴을 위하여

청수거사 석당 2024. 6. 8. 17:44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새모래덩굴을 위하여


  갈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뻗어가야 한다. 덕지덕지 흙에 발목 잡혀 떠날 수 없어도 몸은 가볍게 길게 덩굴 뻗어 키를 늘려야 한다. 아무리 앞뒤좌우 둘러보아도 여기는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흙의 땅,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어떻게든 바다가 보이는 언덕 새로운 모래땅을 찾아야 한다. 언제든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당신의 약속, 잊어서는 안 된다. 깜깜한 벽에 부딪히면 바람의 길을 찾으라고 했다. 바람이 흐르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닷가 언덕 숲그늘 아래 예쁜 모자를 쓰고 싱글벙글 웃는 아이가 손짓하며 당신을 안내해 준다고 했다.
  땡볕이 내리쬐는 메마른 자갈길이어도 즐거운 상상으로 힘차게 가야지. 싱글벙글 웃는 아이라니, 어떤 아이일까.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아니 둘 다, 둘이서 나란히, 그럼 무척 기쁘겠다. 무슨 모자를 썼을까. 무지갯빛 일곱 색깔 모자는 절대 아니겠지. 노랑 빨강 파랑 하양 검정 오방색(五方色) 모자를 썼다면 두근두근 가슴 설레겠다. 웃는 아이가 예쁜 모자를 쓰고 안내해 주는 새로운 모래땅,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당신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제도 꿈을 꾸었는데 오늘도 꿈을 꾼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희망사항은 아니겠지. 내일도 여전히 꿈을 꿀 것이다. 요즘 날마다 당신의 꿈을 꾸고, 당신이 봄을 불러내어 그렇게 또 봄이 오고, 덩굴 뻗어 키를 늘이는 줄기에선 당신이 보내주는 봄바람으로 주렁주렁 새머루 같은 꽃이 노랗게 또 피려 하고…… 언제나 늘 변함없는 당신의 사랑을 믿는다.



※ 새모래덩굴 : 새모래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낙엽성 활엽 덩굴식물이며 ‘가막덩굴’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각처의 양지바른 길가 돌담 근방 또는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는데, 내건성(耐乾性)과 내한성(耐寒性)이 좋아 양지(陽地)는 물론 응달에서도 잘 자라며, 습기 있는 땅도 좋아하여 해안지방이나 도심지에서도 잘 자란다. 줄기는 녹색의 원주형(圓柱形)으로 길이 3m까지 자라고 길게 옆으로 뻗으며 털이 없고 다른 물체를 감는다. 잎은 홑잎으로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방패 모양으로 붙는다. 잎몸은 둥근 심장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밑은 움푹 패여 있으며 가장자리가 5~9개의 결각(缺刻)으로 얕게 갈라진다. 잎의 앞면은 진한 녹색이고 뒷면은 흰빛을 띤다. 암수딴그루로 4~6월에 연한 노란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줄기에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수꽃은 꽃받침잎이 6장이고 꽃잎이 4장이며 꽃받침잎이 꽃잎보다 크고 12~24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은 꽃받침잎이 4장이고 꽃잎이 6장이며 1개의 암술이 있는데 암술대가 2개로 갈라진다. 9~10월에 둥근 핵과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으며, 씨(종자)는 편평하며 둥근 콩팥 모양으로 요철(凹凸)이 심한 홈이 있다. 한방에서 ‘황등근(黃藤根)’, ‘만주방기(滿洲防己)’, ‘편복갈근(蝙蝠葛根)’이라 하여 뿌리를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 전역에 나며 일본,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중국의 동북부 등에 분포한다. 잎몸의 가장자리에 얕은 결각(缺刻)이 있는 점에서 밋밋한 ‘함박이’와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