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7)

흰 꽃이 피는 박태기나무의 절규

청수거사 석당 2024. 12. 31. 22:15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흰 꽃이 피는 박태기나무의 절규



결국 일시적인 돌연변이란 말이더냐

미처 잎도 나기 전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흰쌀튀밥처럼 붙어 있어야 하는
우리의 우정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라는데,
당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랑처럼 붉게 피지 않은 것이
그렇게도 못마땅하더냐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를 핑계 대며
하나의 種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겨우 하급 품종으로밖에나 취급당해야 하는 사랑이었더냐

봄이라서,
하얗게 영혼 불사르며 꽃 한번 피운 것이
그렇게나 몹쓸 죄악이란 말이더냐

언제쯤에야 어엿한 흰박태기나무로 거듭나서
떳떳하게 우정을 외치며 우뚝 서는 날 올까

오늘도 두꺼운 절망을 얇게 저미고 있다


※ 흰박태기나무 : 콩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중국 원산인 귀화식물이며 관상수로 심는다. 4월에 흰색의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흰박태기나무’라고 학명(學名)을 ‘Cercis chinensis f. alba S. C. Hsu’로 표기하여 ‘박태기나무’의 하위(下位) 분류군(分類群)인 품종(品種)으로 등록된 수종(樹種)이 있다. 이는 1964년 중국 상하이에 있는 명문대학 푸단 즉 복단대학교(輹旦大學校)에서 재배하던 ‘박태기나무’의 변이종(變異種)인 ‘흰박태기나무’를 발견하여 1966년 ‘S. C. Hsu’란 학자가 ‘Cercis chinensis f. alba S. C. Hsu’라는 학명(學名)으로 명명(命名)한 것이다. 품종 이름 ‘알바(alba)’는 ‘화이트(white)’, 즉 ‘희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후 1977년 이번에는 일본인 ‘스키모토 주니치(杉本順一 Sugimoto Junichi)’가 일본에서 이 표본을 대상으로 학명(學名)을 ‘Cercis chinensis f. leucantha’라고 명명(命名)하여 발표하였지만, 이 또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품종 이름 ‘레우칸타(leucantha)’는 ‘흰꽃이 핀다’는 뜻이다. 아마 자연 상태에서 발견한 것이 아니고 재배 상태에서 채취한 표본을 사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흰박태기나무’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를 품종(品種)으로 발표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품종(品種)으로 인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백화자형(白花紫荊)’으로, 일본에서는 ‘백화화소방(白花花蘇芳)’ 즉 ‘시로바나하나즈오우(しるばなはなずおう)’라는 이름으로 ‘박태기나무’의 하위 품종(品種)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그냥 ‘박태기나무’에 통합시키고 있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 털이 많은 품종(品種)을 ‘쎄르시스 차이넨시스 팍스 푸베스센스(Cercis chinensis f. pubescens)’로, 꽃이 적게 피는 품종(品種)을 ‘쎄르시스 파우시플로라(Cercis pausiflora)’로 발표하였지만, 모두 ‘박태기나무’에 통합되어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박태기나무’의 변이종(變異種)이나 품종(品種)은 하나도 없다. 참고로 ‘흰캐나다박태기나무’도 원종(原種)인 ‘캐나다박태기나무’에 통합되어 있다. 따라서 ‘박태기나무’속에서는 꽃의 색상은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니까 품종(品種)이나 변이종(變異種)도 아니고, 그렇다고 원종(原種)일 수도 없고, 그렇다면 결국 하나의 원예종(園藝種)으로 인식할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학명(學名)을 ‘쎄르시스 차이넨시스(Cercis chinensis)’ 또는 ‘쎄르시스 알바(Cercis Alba)’라 표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