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야생화 음악편지
(3) 풍성한 가을을 들꽃과 함께
청수거사 석당
2005. 5. 26. 09:51
그 요란했던 매미소리가 처서를 지나면서 뚝 그치더니, 지금은 새벽녘으로 제법 찬바람이 피부를 깊숙이 자극하고 있으며, 쓰르라미 울음소리가 우리의 귓가를 애달프게 울리고 있는 모습이 가을이 성큼 내 코앞에 와 서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며칠 전 가족이 있는 속초에 다녀오느라고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대관령을 넘었는데, 많은 가을 들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었습니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주변에는 할미질빵과 사위질빵이 덩굴꽃을 화사하게 피워 저를 황홀하게 해 주었고, 대관령 주변에는 개미취를 비롯하여 벌개미취, 마타리, 흰마타리, 쥐오줌풀, 절굿대, 꽃방망이, 산토끼꽃 등이 함께 어우러져 가을 하늘을 저마다 꽃자랑하며 저를 기쁘게 해 주었습니다. 억새풀과 갈대도 빠알갛게 꽃을 피워서 한층 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아! 이래서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가 봅니다. 직장 관계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는 저로서는 3주마다 한 번씩 다녀오는 시골길이 매번 설레임과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만남이 기다리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또 하나의 행복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소중한 들꽃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모든 것이 풍성한 이 가을날에 들로 나가 우리의 소중한 들꽃과 함께 하면서 일상의 때를 씻어내고 머리 속을 맑게 털어내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여행을 한 번쯤은 하고 싶은 날입니다. 저는 이 가을 여행을 가족을 만나러 시골집에 다녀올 때마다 하고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인지도 모릅니다. 이 소중한 행복을 한밤의 음악누리 누리지기님과 국악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행복감을 저의 사랑하는 아내와 절친한 文友 하옥이 시인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하 시인, 이 방송 듣고 있지? 우리 서로 얼굴 본지 꽤 오래되었는데, 전화로만 마음을 나누는 것보다 한 번쯤은 만나서 들꽃을 벗삼아 술 한 잔 하면서 詩의 마음을 나누자꾸나. 이 방송을 통해 그리움을 실어 詩의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멀리 시골에서 가정과 직장생활을 함께 지키며 항상 그리움을 안고 생활하는 사랑하는 아내, 이 방송을 직접 듣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듣기를 바라면서 내 영원한 사랑의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여보! 사랑하오.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생활이 힘들고 지치게 만들지라도 더 밝은 내일을 위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우리 항상 희망 을 품고 생활해 나갑시다." 누리지기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우리의 꽃, 야생화의 시인 夕唐 김승기입니다. 한밤의 음악누리가 날로 재미있게 꾸며지고 있어 밤을 새워 일을 하는 저로서는 힘들지 않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특히 개그맨 김승민 씨와 함께 꾸미는 사랑 이야기는 저의 가슴에 잔잔한 사랑의 기쁨이 밀물지게 해 주고 있습니다. 누리지기님의 그 고운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연기는 성우 탤런트로 직업을 바꾸어도 되겠네요. 아무튼 이 풍요로운 가을의 하늘 아래서 모든 사람들이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행복을 가꾸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도 사연과 함께 김영동 작곡 <귀소>를 신청곡으로 띄웁니다.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저의 졸작 한 편을 함께 보냅니다. 그럼, 더욱 새롭고 재미 있는 한밤의 음악누리를 꾸며주시기를 바라면서 ......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전나무 夕塘 김 승 기 하늘을 빗질하며 천년을 그렇게 서 있었다 꽃으로 피는 수 많은 시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서 여름 폭풍우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겨울 폭설이 온몸을 짓누르는 아픔 있어도 설해목은 결코 되지 않았다 오로지 우뚝하게 선 우람한 기둥 하늘을 떠받치고 사방으로 크게 팔을 내뻗어 우주를 빗질하며 앞으로도 또 천년을 그렇게 서 있으리라 그 천년 후에 설악산 천불동 가야동 계곡에서 지리산 노고단 세석평전에서 고사목으로 서서 다시 천년을 지킨 후에 그대의 깊숙한 눈동자에 들어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별이 되리라 오늘도 전나무는 그렇게 서서 사랑을 빗질하고 있다 2001년 8월의 마지막 날에 우리의 꽃, 야생화의 시인 夕唐 金承基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