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야생화 음악편지
(10) 야생화와 함께 건강한 여름을
청수거사 석당
2005. 6. 8. 14:02
한밤에도 매미가 울어대는 깊은 여름입니다. 연일 수은주가 35도를 오르내리고, 매일 열대야 현상이 새벽까지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 길가의 가로수도 잎을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 들과 산 속의 야생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감히 찾아가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마음이 안타까운 계절입니다. 10여년을 야생화를 찾아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보니, 이제는 화원 앞을 지나갈 때는 자꾸만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가슴이 아려옵니다. 화원 안에서 싼 값에 팔려 낯선 가슴에 안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折花들을 차마 쳐다볼 수 없어서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시선을 외면한 채 얼른 지나쳐버리곤 합니다. 있는 자리에서 생긴 그대로 싹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어, 화원 안의 折花가 얼마나 안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꽃은 어느 손에 길러지지 않은 채 있는 그 자리에서 생긴대로 꽃을 피우고 지우는 것이 가장 행복한 꽃의 삶일 것입니다. 꽃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일도 그러하겠지요.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우리네 삶도 어떻게 사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일까 생각하게 합니다. 야생화의 詩를 쓰면서 야생화를 찾아 다니고 야생화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의 야생화에는 왜 그렇게 혐오스럽고 못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는 꽃들이 많은지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개불알꽃, 개불알풀, 광릉요강꽃, 애기똥풀, 노루오줌, 쥐오줌풀, 여우오줌,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꽃, 말똥비름, 미치광이풀, 도둑놈의갈고리, 도깨비바늘, 댕댕이덩굴, 꿩의비름 등...... 더구나 꽃의 모양새가 예쁘거나 향기가 좋은 꽃일수록 혐오스러운 이름으로 붙여져 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우리 야생화의 이름은 대개 조선시대 말 개화기 때부터 시작해서 일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8.15광복 이후에도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에 의해서도 이름이 지어진 것이 많다고 합니다. 예쁘고 고상하면서도 부르기 좋고 정감어린 아름다운 이름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어느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못되게 이름을 지은 식물학자에게 미움과 분노의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이왕 이렇게 잘못 지어진 이름이니 어쩌겠느냐고 그냥 그대로 그렇게 부르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아름답고 좋은 이름으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새벽지기님,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매일 새벽마다 방송을 위해 휴가도 못하고 지내시는 건 아닌지요. 저는 8월 5일부터 7일간의 휴가에 들어갑니다. 시골집에 내려가 바닷바람과 함께 푸른 동해의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신선한 생선회에 소주를 한 잔 걸치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더워도 설악산을 올라 지금쯤 하얀 꽃을 활짝 펼치고 있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만병초를 만나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어 볼까 합니다. 새벽지기님, 무더운 여름입니다. 건강하게 여름 지내시기 바라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휴가도 보내시고, 보다 나은 방송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신청곡 띄웁니다. 신청곡은 유은선 작곡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비나리>로 보내주십시오. 국악방송을 청취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건강한 여름을 기원하며, 아울러 저의 졸시 한 편 보내드립니다. 그럼, 저는 휴가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만병초 김 승 기 누가 만병을 다스린다고 하더냐 화려한 잎과 꽃을 보고서도 독초라는 걸 모르겠느냐 부르는 이름에도 분수가 있는 법, 어디 걸맞는 이름이 없어 한국의 고무나무라 하느냐 멋대로 부르는 이름으로 귀한 생명을 건드리지 말거라 높은 산에서 야멸차게 눈보라 온몸으로 받으며 두텁게 짙푸른 잎으로 무서운 독을 품고 길고 긴 겨울을 건너왔느니라 한여름 시원하게 피우는 하얀 웃음이라고 혹하는 마음으로 곁에 가까이 두어서는 안 되느니라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것, 지금껏 잘못된 편집증으로 수 많은 목숨을 잃지 않았느냐 깊은 정일수록 산기슭 먼발치에 두고서 가끔씩 눈여겨보아야 하느니라 2002년 8월 2일 한낮에 우리의 꽃, 야생화의 시인 夕塘 金承基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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