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야생화 음악편지
(13) 장자못을 다녀외서
청수거사 석당
2005. 6. 12. 11:03
하늘이 참으로 맑고 높푸릅니다. 이토록 청량하고 높푸른 하늘을 보이려고 지난 여름이 그렇게도 비를 뿌렸나 봅니다. 태풍과 수해로 인한 수재민들의 절망과 아픔은 아랑곳없이 푸르기만 한 가을 하늘, 어서 빨리 상처를 보듬어 치유하고 다시 희망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지난 10일엔 동인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장귀순 시인의 초대를 받아 고구려의 도시 경기도 구리시에서 <솔잎> 詩동인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장귀순 시인의 집 뜰앞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진 솔숲에서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과 함께 치루어진 詩낭송회는 그야말로 짙어가는 가을의 향취를 더욱 짙게 만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그 부근에 위치해 있는 장자못 공원의 풍치는 너무도 아름답고 감동 벅찬 시간을 만들어 주었는데, 풍치에 취할 시간이 넉넉하게 허락되질 않아 언제 다시금 찾으리라 마음먹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 날이 너무도 아쉬워 여러 날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마침내 오늘 그 장자못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옛날에 장자라고 하는 구두쇠 갑부가 살았는데, 시주를 얻으러 온 스님에게 시주는커녕 쇠똥을 퍼 주었다가 저주를 받아 집터가 연못으로 변하였다는, 태백에 있는 黃池의 전설과 비슷한 설화를 지니고 있는 장자못은, 구리시에서 공원으로 꾸며 분수를 설치하고, 연못을 따라 둘러쳐진 둑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하이킹 도로를 조성해 놓고는 여러 곳에 군데군데 국내외 시인들의 詩를 팻말에 적어 세워 놓았으며, 여러 가지 나무와 야생화를 심고 가꾸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었습니다. 연못의 둘레가 약2Km가 넘는다고 하는 장자못에는 붕어, 납자루, 줄납개, 잉어 등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백로를 비롯해서 왜가리,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새가 날아와 노니는 곳이기도 하는 도심 속의 호수 공원이었습니다. 산수유나무에서는 산수유가 이제 막 빠알갛게 물을 들이며 익어가고 있었고, 마편초과의 좀작살나무는 보라색의 열매를 촘촘하게 달고 있었으며, 감탕나무과의 낙상홍은 새빨간 열매를 옹기종기 매달고 있었습니다. 명자나무와 흰배롱나무도 열매를 달고 가을의 푸른 하늘을 숨쉬고 있었습니다. 물에서는 부레옥잠이 보라의 꽃을 피우고 있었으며, 부들은 핫도그 같은 꽃이삭을 세우고, 수련도 붉은 꽃을 수면 위로 내밀어 팔을 휘젓고 있었으며, 연못의 언덕에서는 금불초와 양귀비과의 눈괴불주머니꽃이 샛노랗게 꽃주머니를 펼쳐들고 있었으며, 꿀풀과의 꽃범의꼬리가 분홍색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고, 또한 보라색으로 꽃을 피우는 붓꽃과의 박하, 현삼과의 꼬리풀과 마편초과의 층꽃풀이 꽃자랑 한창이었으며, 구절초와 쑥부쟁이, 민쑥부쟁이, 벌개미취 등은 보라와 하양으로 꽃잔치를 펼치고, 코스모스도 이에 화답하고 있었습니다. 키다리 쇠서나물은 담황색의 꽃으로 가을 하늘 아래 함빡 웃고 있었으며, 범부채는 일찍 꽃을 지우고 열매를 달고 있는 것과 뒤늦게 이제서야 붉게 꽃을 피우는 것이 함께 어우러져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고, 도라지와 노루오줌도 아직까지 꽃을 지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가꾸어 놓은 나무와 야생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데, 나무로는 소나무, 잣나무를 비롯하여 전나무, 느릅나무, 명자나무, 산딸나무, 수수꽃다리, 백철쭉(개량종), 자산홍(개량종), 회양목, 회화나무, 마가목, 당단풍, 복자기나무(단풍나무과), 청단풍(개량종), 홍단풍(개량종), 백목련, 이팝나무, 낙우송, 개나리, 수양버들, 목백합, 사철나무, 망종화(물푸레나무과), 줄사철(물푸레나무과), 산수유, 대추나무, 조팝나무, 느티나무, 모감주나무, 칠엽수, 영춘화(물푸레나무과), 메타세콰이아, 낙상홍(감탕나무과), 왕벚나무, 은행나무, 좀작살나무(마편초과), 배롱나무, 흰배롱나무, 주목 등이 있었고, 수생식물로는 미나리, 부레옥잠, 부들, 연, 수련, 마름, 말, 고랭이(사초과), 왕골, 달뿌리풀 등이 있었으며, 습지식물로는 창포, 꽃창포, 노랑꽃창포, 고마리, 낙지다리, 머위, 줄, 띠, 별꽃, 박하, 괴불주머니꽃, 골풀 등이 있었으며, 그 밖에도 연못의 언덕 위에서는 노루오줌, 돌단풍, 맥문동, 해바라기, 구절초, 범부채, 바보여뀌, 여뀌, 노인장대, 금불초, 코스모스, 수크렁, 달개비,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민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쇠서나물, 할미꽃, 비비추, 까마중, 상록패랭이, 하늘매발톱, 뱀딸기, 붓꽃, 며느리배꼽, 부용, 도꼬마리, 숙근과꽃, 원추리, 나팔꽃, 벌개미취, 꽃범의꼬리, 물억새, 참나리, 담쟁이, 동의나물, 도라지, 환삼덩굴, 층꽃풀, 돌나물, 엉겅퀴, 달맞이꽃 등이 저마다 나름대로 이미 꽃을 지웠거나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거나 열매를 매달고 있거나 하면서 서로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詩의 팻말을 살펴보면, 윤동주의 <서시>를 비롯하여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안도현의 <사랑>, <가을 햇볕>, <사랑한다는 것은>, 이육사의 <청포도>, 정호승의 <사랑>, <수선화에게>, <나무의 마음>,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기다림>, <상처>, <밥 한 그릇>, 김유선의 <가족>, 이종우의 <어머니 앞에>, 변영로의 <논개>, 함석헌의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스와미 묵타난다의 <조용하게 앉으라>,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 유치환의 <깃발>, 정지용의 <향수>, 김용택의 <참 좋은 당신>, <그 사람>,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잘랄루딘 루미의 <여행>, 이해인의 <황홀한 고백>, <꽃샘바람>, 박경석의 <5월의 연가>,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박성룡의 <풀잎>, 최영미의 <가을>, 강신용의 <그리움>,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벗 하나 있으면>, 김명수의 <우리나라 꽃들에겐>, 서정윤의 <사랑한다는 것으로>, 신석정의 <임께서 부르시면>, 김광렬의 <당나귀와 나는>, 허영자의 <풀꽃에게>, 서정주의 <귀촉도>, 한용운의 <복종>, 기형도의 <빈집>, 우미자의 <겨울 강가에서> 등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연못을 따라 홀로 산책로를 걸으며 깊은 사색에 잠겨도 좋고, 연인과 함께 걷거나 자전거 하이킹을 하면서 데이트를 해도 좋으며, 가족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자녀들과 야생화에 대해서 그리고 나무와 물고기와 새들에 대해서 자연공부를 함께하여도 좋은 참으로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오늘은 혼자 와서 살펴보고 돌아가지만 다음에 언젠가는 정다운 사람과 함께 다시 오리라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이 즐거움과 행복감을 새벽지기님과 청취자 분들에게 나누어 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새벽지기님께서도 짬을 내어 정다운 사람과 함께 한 번 이곳을 다녀갈 수 있으면 좋으리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도심 속에 - 비록 서울의 교외에 위치해 있어 꼭 도심이라고 할 수 없는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이지만 -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있어 사람에게 행복한 감동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살펴보면, 서울의 도심 한 가운데에도 아름답고 멋진 휴식 공간이 얼마든지 있고, 또한 서울의 거리에도 수많은 야생화가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말입니다. 제가 출퇴근하는 사무실 근처의 언덕만 해도 여러 야생화가 피우고 지우고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나물, 돌꽃, 바위돌꽃, 지칭개, 보리뱅이, 조뱅이, 민들레, 냉이, 메꽃, 바랭이, 강아지풀, 제비꽃, 흰등골나물, 애기똥풀, 씀바귀, 고들빼기, 환삼덩굴, 진달래, 개나리, 회양목, 사철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아카시아, 코스모스, 줄장미, 수양버들, 느릅나무, 철쭉, 맥문동, 돌단풍, 바위떡풀, 바위취, 비비추 등등...... 이제 곧 추석입니다. 올 추석에는 모든 사람들이 단 하루라도 지난 여름의 시름과 고난을 잊고 지낼 수 있는 즐거운 추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추석이 지나고 나서 청명한 가을의 푸른 하늘처럼 우리 모두의 얼굴에도 맑고 하얀 웃음이 가득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청취자 분들과 함께하고자 저의 졸시와 함께 이성천 작곡 <타령 주제에 의한 전주곡(합주곡 제5번)>을 신청곡으로 띄웁니다. 새벽지기님, 아름답고 예쁜 추석을 가꾸시길 빕니다. 아! 참, 지난번에 적벽강에서 주워온 조약돌을 보내 드려야겠는데, 어떻게 포장해서 우편으로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좋은 포장 방법을 알고 있으면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도시의 비비추 김 승 기 어찌 한바탕 꿈이었겠느냐 윤사월 오후 깊은 산사의 뜰 가부좌로 앉은 비구니 눈꺼풀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 햇살 타탁 내려치는 죽비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꽃잎 세우던 모든 것이 그리움뿐이었겠느냐 누가 가냘프다 하느냐 콘크리트 복사열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색 바랜 몰골의 도시로 내려온 비비추 메마른 땅에서도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목숨이어야 터 잡는 곳이 고향이 된다는 걸 모르겠느냐 찾아보면 도심에도 많은 꽃들이 있어 함께 홀씨 퍼뜨리며 한 마당 춤판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더냐 * 비비추 : 백합과의 어러해살이풀. 6-8월에 연한 자주색의 꽃이 핀다. 2002년 9월 19일 청명한 가을날 저녁에 우리의 꽃, 야생화의 시인 夕塘 金承基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