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1)
병꽃풀
청수거사 석당
2005. 6. 25. 18:38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병꽃풀
이봐, 속이 텅 비었잖아
짧은 生을 살면서
얼마나 채웠길래 그렇게도
풀어놓을 그 무엇이 남았다고 하니
아니야, 지금까지는 채우기만 했는걸
그 동안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서리서리 감아놓은 허공
아직 풀지도 못했는걸
하늘에 매달린 채
무거워서 거꾸러진 병 주둥이
그래, 이젠 풀어놓는 거야
구름을 밀어
하나 둘 풀어놓다 보면
비어버린 병 속으로 들어오는
더 큰 하늘이 보일 거야
햇살이 바늘침 되어 찔러대는 여름날 오후
풀숲에선 오늘도 조용히
항아리를 비우는 역사를 펼친다
※ 병꽃풀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산이나 들의 양지에 자생한다. 줄기는 모가 지고, 곧게 자라다가 옆으로 뻗는다. 잎은 마주나는데 심장형으로 가장자리에 둥글고 둔한 톱니가 있다. 4~5월에 연한 자주색의 꽃이 입술 모양으로 피는데 윗입술 꽃잎은 끝이 오목하고, 아랫입술 꽃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며 자주색 반점이 있다. 한방에서「금전초(金錢草)」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꽃의 모양이 병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