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1)

바람꽃으로

청수거사 석당 2005. 8. 6. 09:22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바람꽃으로


되돌아보면
흐르는 바람이었어
움켜쥘수록 깊어지는 허공
세월만큼 커지는 모든 것이 바람이었어
올라야 하는 길이었다고 자위하면서도
그러나 부질없는 것이라고
너무 쉽게 놓아버린 몸짓이었어
꽁꽁 얼어붙은 땅에도 봄이 와서
싹 틔우고 꽃 피워 향기 날리는데,
욕심의 굴레를 벗는다는 것이
더 큰 굴레를 만들었어
다시 산을 오를 때는
한 가닥 남아 있는 마음마저도 내려놓아야 할까
바람꽃으로 피어 온몸을 맡길 수 있을까
얼마큼이나 움켜쥘 허공이 놓여 있을까
마음을 비우는 연습
이제는 접어야지

산을 내려온 지금
또 다른 생의 한 길목에서
바람꽃으로 거기 있었음을 생각한다





※ 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설악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북의 백두대간 고산지대에 무리지어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전체에 털이 있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나온 잎은 모여나는데 손바닥 모양으로 긴 잎자루가 있으며, 잎몸은 3개로 깊게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다시 3갈래로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선형으로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있다. 6~8월에 꽃줄기 끝에 흰색의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가 납작한 타원형으로 익는데 가장자리에 두꺼운 날개가 있다. 한방에서 뿌리줄기를「죽절향부(竹節香附)」라 하여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