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1)
우담바라 꽃을 뽑아 버려라
청수거사 석당
2005. 8. 19. 13:16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우담바라 꽃을 뽑아 버려라
우담바라 꽃이 피었단다
삼천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의 꽃이 피었단다
누가 우담바라 꽃바람을 일으켰을까
꽃바람 휩쓸고 간 뒤안길
佛敎界의 모습은 남루하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는
정통 襌의 가풍을 지닌 조계종
청정해야 할 도량이
꽃바람으로 어지럽다
신도를 모으고 佛典金을 늘리는
한낱 세속의 짓거리에 연연해야 하는가
어지러워지는 세상
메말라 가는 사람살이
끝내 누가 올바로 지켜 세울 것인가
우담바라는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것
전설은 전설로 묻어두고
참된 自我를 찾는 일에
온 힘을 모을 수는 없는가
여미는 옷섶마다 가슴 추워지는 이 때
더 낮은 곳으로 마음 내려놓아야 할
宗團 지도자여
佛敎界 言論人이여
팥죽 속 文殊菩薩을 주걱으로 후려쳤던
無着禪師 되어
우담바라 꽃을 뽑아
아궁이 속으로 내던질 수는 없는가
느닷없는 꽃바람에 떠내려가는 배
바라보아야 하는 이 추운 겨울 아침
우담바라 꽃을 뽑아 버려라
서기 2001. 12. 15
경기도 의왕시 청계사의 불상 왼쪽 이마에 피었다는 우담바라 꽃 소식과
그 친견 100일 대법회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