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글 : 황금찬 (시인)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序/文/
김승기 시인이 제2의 시집을 상재한다. 기쁜 일이다. 나는 그의 시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뿐만 아니라 김승기 시인에게 내용을 밝히지 않고 하이얀 구름빛 손수건에 내일을 담아 소리 없이 전하고 있다. 축하의 뜻으로 마음을 담는다.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김승기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의 제목이다. 빈 산과 빈 들이라고 하면 과장하지 않아도 빈사의 땅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이 빈사의 땅에서 생명을 찾아 닫힌 성문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망각의 성문에 갇히면, 곧 소멸이라는 지경에 놓여지게 된다. 시인은 이 지대에서 생명의 문을 밀고 이름을 불러내어 다시 살아나게 하는 절묘의 경지에 있는 것이다.
김승기 시인의 사명이 무엇인가. 거기엔 시인의 사명과 인간으로서의 사명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여기에선 시인의 사명만을 찾아보리라.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김승기 시인은 남들이 망각 속에 두는 자연의 생명들−추려 말하면, 풀, 나무, 그리고 꽃, 풀벌레들, 그들에게도 각기 이름들이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그들은 망각 속에서 소멸되고 만다.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불러주지 않아 소멸된 생명체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상실되고 있는 이 지대에 구원의 사명을 중시하는 한 시인의 힘이 망각의 성문을 열고 삶의 터전으로 생명체들을 찾아 불러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시인의 또 하나의 사명이 아닌가 한다.
김승기 시인의 시적 작업을 크게 찾아보면, 우리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자연 속의 이름들, 자연 속의 실체들, 그들의 이름을 다시 찾아내어 부르게 하고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을 詩 속에 두고 있다.
「할미질빵」이라는 꽃이 있다. 김승기 시인의 詩에서 처음 듣고 있는 꽃이다. 시인이 작품화하지 않았으면, 이 꽃은 망각 속에서 소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잊혀져 가는 이름을 다시 살게 불러주는 이 황홀한 고마움의 시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제2의 창조자, 그의 이 작업이 중단 없기를 바라고 있다. 독자들은 이 시인을 기억 속에 두라. 행복하리라.
2005년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회운재에서 황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