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시집 (2)

며느리밑씻개

청수거사 석당 2005. 11. 25. 09:28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며느리밑씻개


며눌아가야
이제 너를 사랑하련다
미움도 오래하면 정이 드는 것
오래도록 미워했구나
시에미의 심술에
가시 긁히고 피 많이 흘렸을 게야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을 게야
이렇게 착하고 이쁜 걸
어쩌자고 미워하기만 했는지
벙어리 냉가슴으로 눈물만 그렁그렁한 얼굴
이제서야 눈에 밟히는구나
붉은 갈퀴손
이 가지 저 가지 휘저으며 덩굴 벋어도
겨우 한 해를 잘 살자고 발버둥치는 일인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했구나
지상에 뿌리 내린 어느 풀 나무인들 한결같이
하늘 향해 오르고 싶은 마음
어찌 너라고 없었겠느냐
사랑하련다
사랑의 일이 언제나 가슴 아프게 하는 일이지만
미움의 일보다야 더하겠느냐
이젠 사랑으로 아파하고 싶구나
착하고 이쁜 며눌아가야





※ 며느리밑씻개 : 여뀌(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생한다. 붉은 빛이 도는 줄기에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나 있고, 잎은 어긋나는데 긴 삼각형으로 양면에 거친 털이 있으며, 턱잎은 작고, 줄기를 둘러싼다. 7~9월에 연한 홍색의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낭인(廊茵)」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옛날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밭에서 김을 매면서 며느리가 뒤를 보고자 할 때, 며느리에게 아들을 빼앗겼다는 질투심에서 시어머니가 이 풀을 뜯어주며 뒤를 닦으라고 한 설화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