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흰여로 앞에서
인생길에는 직선도 있고 곡선도 있어서
삶의 旅路가 꼭 하얗지만은 않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아버지 말씀대로
평생을 휘어지고 구부러지며 곡선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서리는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직선을 숭배하는 이들은 빳빳이 날개 펴고 잘도 날아오르는데
나의 부드러운 곡선은 오히려 툭, 툭,
자주 끊어지곤 하였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고 강물과 파도가 몽돌을 만든다는
교훈을 품고 살았지만, 내 가슴에서 솟는 물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한 번도 하얗게 꽃 피워보지 못한 채 오히려
모서리에 부딪히며 언제나 산산이 부서지곤 했습니다
깜깜한 숲속에서도 꼿꼿이 키를 세우며
하얗게 꽃 피우는 藜蘆를 보면서,
내 안의 직선이 자꾸 고개 쳐들던 젊은 날에
한 번이라도 날카롭게 모서리 세울 생각을 왜 못하고
둥글넓적 커다란 돌로 애써 눌러버리려고만 했는지
뒤늦게 눈물 뚝뚝 흘리고 있습니다
인생길이라는 게, 둥글둥글 구르다가도
때로는 멈춰 서서 단단하게 모서리 세워야, 한 번쯤은
조그맣게 꽃송이 하나라도 피어날 수 있다는 걸,
직선과 곡선의 조화, 그 단단한 어울림을,
해거름 저녁 어스름에 서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습니다.
※ 흰여로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산지의 나무 밑이나 풀밭에 자생하는 유독성 식물이다. 뿌리줄기는 짧고 굵다. 잎은 줄기 밑부분에서 어긋나는데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밑이 좁아져 엽초(葉鞘)와 연결되고 줄기를 감싼다. 잎의 뒷면 맥 위에 갈고리 모양의 돌기 같은 털이 있다. 7~8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줄기 끝에 성기게 달려 총상 원추화서를 이룬다. 9~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황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여로(藜蘆)」라 하여 뿌리줄기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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