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썸네일형 리스트형 살갈퀴, 가슴 저리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살갈퀴, 가슴 저리다 겨울 징검다리를 이제 막 건너온 것들은 모두 다 여리다가냘프게 여린 것들이 목숨만큼은 아주 끈질기게 강인하다 그러므로 겨울을 지나온 바람이 살에 닿으면온몸 구석구석 갈퀴들이 쭈뼛쭈뼛 날 세워 일어선다 길게 덩굴지지도 못하는 몸뚱어리기어오를 데라곤 아무것도 없는 키 낮은 광막한 풀밭에서겨우 제자리만 뱅뱅 돌고 돌면서 어쩔 줄 모르는데햇살은 또 왜 이리 눈부신 것이냐 갈퀴로 봄을 긁어 끌어당기면그대 가슴에 기대어이번 신록에도 다시 함께 꽃 필 수 있을까 빙글빙글 제자리 맴돌며 허공만 휘젓다 어지러워찬란한 봄을 놓쳐버린 오후내려앉았던 벌 나비도 비틀비틀 온몸 비비 꼰다 그래도 어쩌다 한두 송이 피어나는 꽃이스스로도 대견스럽고.. 더보기 야광나무꽃 여자 ▼ 나무껍질(樹皮) ▼ 꽃 ▼ 노란색 열매 ▼ 붉은색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야광나무꽃 여자 그녀는 허물어지는 봄의 끝자락에서 모시흰나비 떼를 몰고 왔다 치마보다 바지 입기만을 고집하며,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대신 하늘하늘 실크 블라우스 소맷자락 흰색으로 짧아지는 봄의 꼬리를 길게 붙잡고 한바탕 뜨거운 계절을 뛰어다녔다 밤이면 더욱 빛을 발하는 그녀는 낮엔 요조숙녀였다가도 밤이면 요부로 변신하는 하얀 여우, 달빛에 취하는 달큰한 밤이면 꽃잎 활짝 열고 새벽이슬로 목욕을 감았다 매일 밤마다 꽃잎에 내려앉았던 이슬방울들 그녀의 살내음에 취해서 하늘의 별로 박혔다 꽃잎 위에서 펼쳐지는 나비춤, 그녀의 뽀얀 얼굴 가득 펑, 펑, 함박웃음 터졌다 다음 봄까지 더는 꽃 없이도 버.. 더보기 참나리 [새싹] [주아(珠芽)]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참나리 땅에서 사는 모든 것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산다 푸른 싹 밀어올리며 나도 그랬다 그러나 봄은 짧고 여름은 길었다 쳐다볼수록 고개 아픈 구름으로 뭉쳐진 꿈들은 타는 여름날 허공에서 맴돌다 바람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 가을을 맞으며 하늘바라기를 접는다 슬프게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슬픈 것, 모두 발아래에 있어서 행복한, 빈 몸으로 땅을 내려다본다 겨우겨우 꽃 피었지만 서투른 사랑으로 울던 날이 길었는지 아직 올바른 사랑법을 몰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얼룩으로 찍히는 반점들만 늘어나고 눈물 젖는 꽃잎 자꾸 뒤로 말린다 갈수록 까매지는 몸뚱이 겨드랑이마다 툭툭 불거지는 멍울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더보기 나도승마를 찾아서 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나도승마를 찾아서 산꼭대기에는 흰 구름들이 모여앉아 바둑을 둔다고 했다 천진난만한 안개들은 흰 구름 곁에서 바둑 훈수를 두다 말고 골짜기를 미끄럼틀 삼아 썰매 타고 내려와 계곡물에 풍덩 엉덩방아찧다 깜짝 놀라서 깔깔대며 일어나는 곳, 그 끝의 산 아래 어디쯤엔가 꽃을 타고 놀 수 있는 승마장이 있다고 했다 말띠이면서도 말을 탈 줄 모르는 사랑지기, 평생을 걸려서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보름달 뜨는 밤을 건너 백운승마장에서 말 타고 문장을 놀아보겠다는 여행 버킷리스트 그래서 동행한 여행은, 뜨거웠다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어 있는 숲속 승마장의 말들은 활화산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꽃 속에서 말을 타고 노는 문장은 황금빛 언어들의 현란한 춤사위로 소란.. 더보기 수염가래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수염가래꽃 난 너를 읽을 수가 없다 꽃을 들어 마하가섭에게 보였다는 염화미소 닮았다는 짐작만 할 뿐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精讀을 해도 허공에 손바닥 펼쳐 보이는 뜻을 알 수 없다 손오공을 올려놓고 놀았다는 부처님 손바닥이었다가, 공중을 헤엄치는 물갈퀴 오리발이었다가, 땅검불 쓰레기더미 긁어대는 갈쿠리였다가, 논밭 거름 주고 김을 매는 쇠스랑이었다가 호미였다가, 크고 넓고 깊은 저 변화무쌍한 無量樹 세계 이삼사차방정식 미분적분 삼각함수 다 짚어 보고 심리학으로 독심술로 꿰뚫어 봐도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 평생 공부했어도 알아듣지도 재지도 못하고 誤讀을 반복하다가 그냥 꽃이면 되는 거지 하며 주저앉고야 마는 이 안타까운 어리석음이여 오늘도 내 앞에서 꽃으로 보.. 더보기 어차피 쥐방울 세상 꽃을 위한 디카시집 [꽃으로 보는 세상] 어차피 쥐방울 세상 더는 안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두려움 무서움 낮게 깔고 애걸복걸 매달리는 조막손은 매몰차게 뿌리치면서, 온몸 오그라드는 허공 속으로 무장하게 덩굴 뻗어 오르는 저 아찔한 목숨 하나에는 다들 허허 웃으며 예쁘다 한다. 더보기 紅梅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紅 梅 마알갛게 물 담긴 유리컵 안으로 새빨간 물감 한 방울 똑 떨어졌다 공중에 찍은 점이다 구름 하나 흐르지 않는 바싹 마른 고요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불꽃이 튄다 처음엔 한 줌의 물이었던, 허공을 빨아들이는 저 조용한 무한장력 꽃망울 벙글 때마다 봄을 흔들어댄다 하늘 속으로 확 번져 나가는 파문 마침내 활활 불길로 타오르는데 비 한 줄기 내리지 않는다 어쩌나, 우주의 식탁 위에 놓인 세상이라는 이름의 저 유리잔 속 봄이 깨질지 몰라! 조마조마한데 결가부좌로 앉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시는 그분의 붉은 미소 아무 기척이 없다 ※ 매화나무(매실나무)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 열매를 얻기 위한 과일나무로 재.. 더보기 白梅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白 梅 아예 박살을 내려고 작정한 듯 오늘도 꽃샘추위 봄을 작파하고 있다 최고의 아름다움을 위해 헛된 완성을 부수고 있나 보다 하늘을 작파하듯 눈발까지 날리는 아침 꽃나무 한 그루 공중으로 꽃을 내밀고 있다 겨우내 핏속에 움켜쥔 꽃들의 파편이 언 땅 위에서 피리소리로 튀고 있다 하늘 극치의, 순결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새 탄생의 또 다른 이름으로 찬란하게 연주하고 있다 허공으로 부서지는 음절들 저토록 황홀히 아름다울 수 있는가 저렇게 향기로울 수 있는가 한 개의 완벽미를 위해 陶工이 수없이 완성을 던지며 파괴하듯이 밤새워 이룬 나의 말, 詩들을 부수며 내가 버린 말들 어디에서 울음 울며 흩날리고 있는가 봄을 작파하고 있는 순간에도 꽃을 내밀고..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