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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흰배롱나무가 있는 禪房에서 ▼ 나무껍질 ▼ 꽃 ▼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흰배롱나무가 있는 禪房에서 하안거에 든 절집 마당 땡볕 속 배롱나무 홀로 붉어 공중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매미 울음 흩어질세라 꽃잎 속에 쓸어담고 있고 마당의 또 한 켠 멀쑥하게 키를 늘인 흰배롱나무도 몽글몽글 하얀 꽃송이 허공으로 빈손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하늘의 자연법문 열심히 說하고 있고 禪房엔 가부좌로 앉은 비구니들 하나같이 돌이 되어 굳어 가고 숲그늘에선 암컷수컷 짝을 만난 말매미 요란스럽게 울어 젖히며 得音의 절정을 꽉 움켜쥐고 있고 마당 밖 연못 속 청개구리는 연잎 뒤에 바짝 붙어 매달린 채로 낮잠 황홀경을 그리고 있고 당신과 나, 우리는 함께 여기 이 풍경 속에 詩로 들어앉아 畵龍點睛 그림이 완성되고 이토.. 더보기
야광나무꽃 여자 ▼ 나무껍질(樹皮) ▼ 꽃 ▼ 노란색 열매 ▼ 붉은색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야광나무꽃 여자 그녀는 허물어지는 봄의 끝자락에서 모시흰나비 떼를 몰고 왔다 치마보다 바지 입기만을 고집하며,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대신 하늘하늘 실크 블라우스 소맷자락 흰색으로 짧아지는 봄의 꼬리를 길게 붙잡고 한바탕 뜨거운 계절을 뛰어다녔다 밤이면 더욱 빛을 발하는 그녀는 낮엔 요조숙녀였다가도 밤이면 요부로 변신하는 하얀 여우, 달빛에 취하는 달큰한 밤이면 꽃잎 활짝 열고 새벽이슬로 목욕을 감았다 매일 밤마다 꽃잎에 내려앉았던 이슬방울들 그녀의 살내음에 취해서 하늘의 별로 박혔다 꽃잎 위에서 펼쳐지는 나비춤, 그녀의 뽀얀 얼굴 가득 펑, 펑, 함박웃음 터졌다 다음 봄까지 더는 꽃 없이도 버.. 더보기
참나리 [새싹] [주아(珠芽)]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참나리 땅에서 사는 모든 것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산다 푸른 싹 밀어올리며 나도 그랬다 그러나 봄은 짧고 여름은 길었다 쳐다볼수록 고개 아픈 구름으로 뭉쳐진 꿈들은 타는 여름날 허공에서 맴돌다 바람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 가을을 맞으며 하늘바라기를 접는다 슬프게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슬픈 것, 모두 발아래에 있어서 행복한, 빈 몸으로 땅을 내려다본다 겨우겨우 꽃 피었지만 서투른 사랑으로 울던 날이 길었는지 아직 올바른 사랑법을 몰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얼룩으로 찍히는 반점들만 늘어나고 눈물 젖는 꽃잎 자꾸 뒤로 말린다 갈수록 까매지는 몸뚱이 겨드랑이마다 툭툭 불거지는 멍울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더보기
무환자나무 [나무껍질]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무환자나무 염주를 굴리다가 느낀다 염주알이 딴딴하다 短珠와 合掌珠는 향나무 박달나무 벽조목으로 만들고 백팔염주는 보리자 목환자 율무로 만든다 보리자는 보리자나무 열매고 목환자는 무환자나무 열매다 어느 것이나 단단하기 이를 데 없다 목환자로 만든 백팔염주 돌리다가 생각한다 깨알같이 작은 꽃이 어찌 이리 딴딴한 씨를 만들었을까 요 쪼그만 씨알 하나가 염주 되어 온 정신을 쥐락펴락한다 키 큰 나무일수록 꽃과 열매가 작다 장미 모란 백목련같이 화장 덧칠한 얼굴값 생색만 내다가 제대로 된 열매 하나 맺지 못하는 나무보다는 느티나무 팽나무 회화나무같이 하찮고도 보잘것없는 꽃과 열매를 가진 나무들이 땡볕 타들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시원한.. 더보기
먼나무 [나무껍질]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먼나무 가까이 있어도 먼나무 멀리 있어도 먼나무라는 어느 시인의 딴청, 도대체 뭔 말인지 뭔 나무냐 다시 물어도 먼나무 나무와 나무 사이 얼마큼이 가깝고 얼마큼이 먼 것인지 묻고 또 묻고 다가가고 또 다가가며 코앞이다 생각하면 어느새 더 멀어지고, 아무리 쓰다듬어도 그대로 먼나무 나무와 나무 사이 거리와는 상관없이 내 속을 흐르는 그대는 가까운 듯 먼 듯 살아온 세월만큼 핏발 선 열매로 반짝이는 사랑 앞에서 끝끝내 오늘도 먼나무 ※ 먼나무 : 감탕나무과의 상록성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 섬의 산기슭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회백색 또는 회갈색으로 가지는 자갈색이며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는데 타원형 또.. 더보기
나도수정란풀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나도수정란풀 여기 부서지기 쉬운 한 사람 서 있다 명예도 무너지고 재산도 산산조각 깨져 흩어지고, 믿어왔던 마지막 건강마저 부서져 내릴까 눈부신 햇살 아래 미소 그윽이 부처로 서지 못하는 커다란 외눈박이 소의 눈망울로 고개 숙이고 있는 그렁그렁 눈물 머금은 얼굴을 보라 돌처럼 나도 단단하다 말로는 당당하지만, 행여 잔소리에 긁힐까 뼈진 말에 금이 갈까 온몸 하얗게 망사 레이스로 커튼을 두르고 하늘 한가운데 수정알로 박히고자 하는 유리창을 보라 슬픔에 갇힌, 산속 나무그늘 밑 달항아리 품은 가슴 하나 서 있다 ※ 나도수정란풀 : 노루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속 나무 그늘 밑에 자생한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 작용을 못하고 썩어가는 낙엽에 뿌리를 내려.. 더보기
백당나무 [나무껍질] [자주색 꽃밥] [회갈색 꽃밥] [자주색 꽃밥의 꽃과 헛꽃(장식꽃)] [헛꽃(장식꽃)] [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백당나무 백당나무는 꽃 속에 백 칸짜리 저택을 들여놓았다 아흔아홉 칸짜리 집은 봤어도 백 칸짜리 집이 있다는 소린 들어본 적 없는데, 막대한 재산보유세에 들볶이면서까지 자유롭게 살겠다고 이 어마어마하게 큰 궁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어엿이 지어놓고는 집 없는 벌 나비들 다 불러들여 잔치를 벌이면서도 세상 눈요깃거리는 되지 않겠다는 심산인가 헛꽃장식 커튼으로 커다랗게 암막을 쳐 놓았다 푸른 잎에 둘러싸인 우리들의 이상향 무엇으로 주춧돌을 놓고 기둥 세웠을까 임꺽정 장길산도 이루지 못했던 홍길동이 소설 속에서나 건설했던 율도국을 저 꽃 속에서는 열매 맺을 수 있.. 더보기
갯방풍 [새싹]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갯방풍 조금이라도 바람을 쐬면 한여름에도 콜록콜록 멈추지 않는 천식 기침 백사장 모래알처럼 부서져 흩날린다 땡볕 쏟아지는 메마른 모래땅에서 긴 털 빽빽이 두툼하게 온몸 두르고 살아도 습한 바닷바람 맞는 일, 언제나 춥다 비바람 아프게 두들겨 맞아야 꽃이 핀다는 걸 일찍이 알면서도 애써 바람 막아내야 하는 겪고 겪어도 면역 되지 않는 고통을 어쩌란 말이냐 꽃 피고 나면 고통 하얗게 지워지고 희열 한껏 부풀어 올라 푸르를 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는 천식은 천형이더냐 죄업이더냐 기침 쿨럭 천식을 앓으면서도 오늘도 바닷가에서 진땀 뻘뻘 푸른 잎 반짝이며 갯방풍 꽃이 핀다 ※ 갯방풍 :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바닷가 모래땅에 자생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