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썸네일형 리스트형 참나리 [새싹] [주아(珠芽)]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참나리 땅에서 사는 모든 것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산다 푸른 싹 밀어올리며 나도 그랬다 그러나 봄은 짧고 여름은 길었다 쳐다볼수록 고개 아픈 구름으로 뭉쳐진 꿈들은 타는 여름날 허공에서 맴돌다 바람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 가을을 맞으며 하늘바라기를 접는다 슬프게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슬픈 것, 모두 발아래에 있어서 행복한, 빈 몸으로 땅을 내려다본다 겨우겨우 꽃 피었지만 서투른 사랑으로 울던 날이 길었는지 아직 올바른 사랑법을 몰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 얼룩으로 찍히는 반점들만 늘어나고 눈물 젖는 꽃잎 자꾸 뒤로 말린다 갈수록 까매지는 몸뚱이 겨드랑이마다 툭툭 불거지는 멍울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더보기 나도승마를 찾아서 한국의 야생화 시집 (7)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나도승마를 찾아서 산꼭대기에는 흰 구름들이 모여앉아 바둑을 둔다고 했다 천진난만한 안개들은 흰 구름 곁에서 바둑 훈수를 두다 말고 골짜기를 미끄럼틀 삼아 썰매 타고 내려와 계곡물에 풍덩 엉덩방아찧다 깜짝 놀라서 깔깔대며 일어나는 곳, 그 끝의 산 아래 어디쯤엔가 꽃을 타고 놀 수 있는 승마장이 있다고 했다 말띠이면서도 말을 탈 줄 모르는 사랑지기, 평생을 걸려서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보름달 뜨는 밤을 건너 백운승마장에서 말 타고 문장을 놀아보겠다는 여행 버킷리스트 그래서 동행한 여행은, 뜨거웠다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어 있는 숲속 승마장의 말들은 활화산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꽃 속에서 말을 타고 노는 문장은 황금빛 언어들의 현란한 춤사위로 소란.. 더보기 구름제비란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구름제비란 가마솥더위 폭염이 소름으로 돋는 팔월, 설악 무산 스님이 없는 만해마을에 와서 보내는 하룻밤이 길다 매미 울음소리도 모기도 없는 곳에서 늘 주장자를 짚고 서서 세상을 일갈하던 대종사의 偈頌마저도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 뒤로는 구름 속에 집을 짓던 제비도 떠났다 밤이면 별이 내려와 강물로 흐르고 강물은 하늘에 올라 별로 반짝이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소리들 매연과 소음으로 범벅 되어 있을 때마다 한 줄기 섬광으로 번쩍이던 강물도 별도, 액자 속으로 들어가 만해마을 벽면에 그림으로 앉아 있다 낯선 고요, 긴 밤 뒤척이다 온몸 흐려진 새벽녘 창문을 후려치는 폭우에 다시 또렷해지는 눈동자로 겨우 날이 밝아오고, 눈물 젖은 서늘한 산안개 속에서 아.. 더보기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 가야산의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 홀로 산정에서 다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멀게는 고령 대가야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을 것이고 가까이는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목격했을 것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침략의 강점수탈도 견뎌내고 동족상잔의 6.25전쟁도 겪으며 맘껏 소리칠 수 없는 눈물 뚝뚝 쥐어뜯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반점을 온몸에 새겼을 것이다 그래도 끝끝내 참을 수 없는 분노는 한여름 땡볕 아래 불그죽죽 꽃으로 터져 올랐을 것이다 아무리 거창을 들르고 고령엘 들러도 가야산을 지나며 숲에 가려진 옛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지금도 피눈물로 문신 새기는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를 아예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저처럼 높은 곳에서 구름 속 병아리로 산다는 건 혼자 역사의 .. 더보기 바위미나리아재비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바위미나리아재비 바위미나리아재비를 본 적 있는가 구름미나리아재비와 꼭 닮았다 살고 있는 동네도 같다 마주칠 때마다 誤讀을 한다 바위틈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풀밭에서도 만난다 언뜻 봐선 알아보지 못하겠다 한순간 구름 끼었다가도 호방스럽게 바위바람 맞대고 선 진노랑 웃음소리 도무지 판단할 수 없다 구름인지 바위인지 判讀을 해야겠다고 벼르고 별러 찾아 오르는 윗세오름 이번엔 분명 헤아릴 수 있겠다 싶지만 맑은 하늘에도 늘 자주 구름 끼었다가 어느새 바람으로 흩어지는 한라산 매번 誤讀으로 헤매다 지쳐 그만 마지막 책장을 채 덮지 못하고 산을 내려온다 사람도 세상살이도 그렇다 저녁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내일은 맑을까 흐릴까 비가 올까 일기예보를 점치다 잠이 들.. 더보기 구름미나리아재비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구름미나리아재비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구름미나리아재비와 바위미나리아재비가 같이 모여 산다 쌍둥이처럼 닮아서 같아 보여도 들여다보면 다르다 그래도 한데 어울려 잘만 산다 산을 오른 일행 중 몇몇이 꽃사진을 찍으며 다르다 같다 실랑이를 하고 있다 삼십 년을 들꽃 공부한 나도 구별을 잘 못하는 걸 식물전문가도 아니면서 어찌 정확히 알겠는가 또 다른 한쪽 일행들 몇몇은 언제 어디로 올라왔냐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찌하느냐고 서로 목소리를 높인다 영실로 오르든 어리목으로 오르든 윗세오름에서 만나게 된다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왼손으로 숟가락을 잡을라치면 종손이 그러면 되겠느냐며 오른손에 쥐어주시던 할머니 아버지, 계집애가 그러면 못쓴다 해도 끝내 고집 꺾지 않은 막내동생은.. 더보기 분단나무 [나무껍질과 잎]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꽃이면 된다] 분단나무 남쪽에서 살래요 북쪽으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지만 오라고 손잡아 끌어도 가라고 등 떠밀어도 지금은 분단시대, 가지 않을래요 70년을 넘게 남북으로 갈라져 아웅다웅 유일한 분단국가 이 꼴 저 꼴 모든 꼴 다 보기 싫어 육지에서도 멀리 떠나 제주도나 울릉도쯤 외딴 섬 후미진 숲속에서 살래요 뭍에서 들려오는 온갖 잡소리는 모두 귀 막고 눈 가리고, 오직 새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들을 수 있는 귀 하나 반쯤 열어놓고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별 반짝이고 구름 흘러가는 하늘 바라볼 수 있는 눈 하나 살짝 열어놓고 철학하는 면벽수련으로 오고가는 세월 견디고 있을래요 가끔은 무료하다 싶은 날 벌 나비 유혹하는 농지거리나 하면서 그.. 더보기 紅梅 한국의 야생화 시집 (6) [그냥 꽃이면 된다] 紅 梅 마알갛게 물 담긴 유리컵 안으로 새빨간 물감 한 방울 똑 떨어졌다 공중에 찍은 점이다 구름 하나 흐르지 않는 바싹 마른 고요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불꽃이 튄다 처음엔 한 줌의 물이었던, 허공을 빨아들이는 저 조용한 무한장력 꽃망울 벙글 때마다 봄을 흔들어댄다 하늘 속으로 확 번져 나가는 파문 마침내 활활 불길로 타오르는데 비 한 줄기 내리지 않는다 어쩌나, 우주의 식탁 위에 놓인 세상이라는 이름의 저 유리잔 속 봄이 깨질지 몰라! 조마조마한데 결가부좌로 앉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시는 그분의 붉은 미소 아무 기척이 없다 ※ 매화나무(매실나무)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 열매를 얻기 위한 과일나무로 재.. 더보기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