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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망초의 꿈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쥐꼬리망초의 꿈  당신 뜨락에는 아침부터 핏빛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쥐를 잡으려고 파 놓은 아홉 개의 구멍은 쥐꼬리마저 보이지 않은 지 오래, 쥐덫만 시퍼렇게 멍이 든 채로 덩그러니 나자빠져 뒹굴고 있다.  유독 잔병치레가 많았던 여름.  꽃잎을 보려 했던 성급한 욕심이 장마를 불러들였을까. 꼼짝없이 장마에 갇혔다싶었는데 어느새 진눈깨비에 젖어 나뒹구는 낙엽들. 한 계절이 바뀌는 동안 빗소리만 질척거렸다.  감기몸살로 하루가 또 저물어가는 계절.  그냥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안간힘 쓰며 겨우 일어나 마스크를 쓰고 당신 마중 나가는 일. 언제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하루 종일 길목을 서성였으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멀리서 당신 뒤꼬리만.. 더보기
둥근털제비꽃 핀다 ▼ 꽃.▼ 열매.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둥근털제비꽃 핀다당신의 겨울이 따뜻하고 짧아서일까삼짇날은 까마득히 멀리서 아직 머뭇거리고 있는데강남제비 벌써 돌아왔다당신이 불러서 이리 빨리 왔을까눈 녹은 언덕마다 포실포실 봄볕 내려와 반짝이는데꽃샘추위 물러갔으니 곧 풀빛 푸르러 오르겠지그러나 박꽃 앉을 초가지붕은 무너져 내린지 아주 오래사방팔방 온통 시멘트 벽돌 담벼락뿐,제비가 물고 온 박씨는 어디를 깔고 앉아야 온전한 뿌리내릴 수 있을까텃밭가 언덕 포근한 자리 골라 박씨를 심는당신은 흥부,콘크리트 바닥인들 어찌 뿌리 내리지 못하랴봄이어도 아직은 바람이 차다추워도 아랑곳없이 활활 타오르는 제비 사랑이미 둥지는 당신 눈동자 속에서 똬리를 틀었고당신을 바라보는 내 마당에서는둥글둥글 .. 더보기
여우구슬 굴리기 ▼ 수꽃.▼ 암꽃과 수꽃.▼ 열매.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여우구슬 굴리기끔찍한 전신마비의 몇 백년 장대겨울이 지나갔습니다그러고도 꽃샘추위 난무하는한 백년을 또 기다려서야 겨우 봄이 왔습니다마스크를 쓰고 그토록 오래 갇혀 있어야 했던 전설 속에서하얀 털을 두르고 당당히 걸어나온 구미호,어떤 나쁜 이별이 그녀를 여우로 갇혀 있게 했을까요봄이어도 내게는 검은 봄,태양이 가장 어둡던 어느 날 그녀는붉게 빛나는 씨앗구슬 하나 들고 환하게 다가왔습니다비 흠뻑 맞으며세상에 더 없을 곡진한 사랑으로 마당 풀밭 한가운데에여우주머니와 나란히 그녀를 심었습니다뒤늦은 봄인 만큼 재빠르게줄기 뻗어 가지마다 붉은 꽃등 밝히더니이내 주렁주렁 검붉은 구슬을 매달아 놓았습니다내 마당에서 그렇게 구슬 맺는.. 더보기
흰 꽃이 피는 박태기나무의 절규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흰 꽃이 피는 박태기나무의 절규결국 일시적인 돌연변이란 말이더냐미처 잎도 나기 전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닥다닥흰쌀튀밥처럼 붙어 있어야 하는우리의 우정우정도 사랑의 일종이라는데,당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랑처럼 붉게 피지 않은 것이그렇게도 못마땅하더냐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를 핑계 대며하나의 種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겨우 하급 품종으로밖에나 취급당해야 하는 사랑이었더냐봄이라서,하얗게 영혼 불사르며 꽃 한번 피운 것이그렇게나 몹쓸 죄악이란 말이더냐언제쯤에야 어엿한 흰박태기나무로 거듭나서떳떳하게 우정을 외치며 우뚝 서는 날 올까오늘도 두꺼운 절망을 얇게 저미고 있다※ 흰박태기나무 : 콩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중국 원산인 귀화식물이며 관상수로 심는다. 4월에.. 더보기
외풀의 사랑방정식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외풀의 사랑방정식한여름 대청마루에 앉아 참외를 깎아먹고 있는데마당 텃밭가에 꽃을 피운 외풀이 눈에 들어온다꽃이라기보다는 붉은 점 하나 찍었다고 해야 하는,그래서 예쁘다 못해 애처로워 보이는 외풀꽃이랑 같이 달려 있는, 삐죽이 삐져나온 톱니 같은,꽃보다도 더 작은 저 쬐끄만 열매가 어떻게커다란 참외와 닮았다는 건지 해독할 수 없지만왜 자꾸 눈길이 가는 걸까작고 보잘것없다고 깔보지 말라는 듯공중으로 콕콕 찔러대는 몸짓에하늘이 깜짝 놀라쏟아붓던 폭염을 거두고문득 가을을 품고 있는 오이씨주머니 툭 떨어뜨리면와르르 한꺼번에 쏟아지는 가을,커다랗게 발자국 찍으며 마중을 나가서가을 한 자락 팔짱끼고 돌아와환절기마다 감기 걸리지 않는 母草의 戀情을내 무릎에 앉힐 수.. 더보기
졸시(拙詩) 「동자꽃」에 대한 어느 독자의 평설(評說) 졸시(拙詩) 「동자꽃」에 대한 어느 독자의 평설(評說)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DAUM 포털 사이트의 《玄山書齋》라는 티스토리에서 ‘복사골이선생’께서 2019년 3월 1일 16:49분에 필자의 졸저(拙著)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1집]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에 실려 있는 제 졸시(拙詩) 「동자꽃」에 대해 과분하리만치 칭찬의 평설(評說)을 뒤늦게 이제야 보았습니다.과분한 평설(評說)을 해 주신 ‘복사골이선생’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그 평설(評說)을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동자꽃  김승기  장대비 같은 햇살 머리에 이고  찾은 절간에서  동자야  때 묻은 세상살이 주름진 얼굴  청산에 흐르는 냇물로 씻어  곧게 펼 수 있을까  가슴앓이  그 팔만사천의 번뇌를 지우고  맑은 詩를 쓸.. 더보기
애기봄맞이는 봄꽃이 아닙니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애기봄맞이는 봄꽃이 아닙니다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데,유월에 피면서 어찌 봄꽃일까요?계절마다 내려오는 별이 다르듯이그 별빛으로 쌓아 올리는 꽃탑 모두 다르고,하얀 꽃송이마다 울려나오는 트럼펫 선율 곡조가 다르듯이우리들 가슴에도 저마다 다른 꽃들이 피고,시절인연이 다 그렇듯이지나간 희망은 추억의 갈피에 묻어두고,봄이 저만치 뒤로 물러나 물끄러미 바라보는 계절연두초록이 진초록으로 영글어가는 초여름밤이나 낮이나 별빛 총총, 맑은 얼굴로 반짝반짝,물기 많은 곳에서 더 반짝이며저 작은 꽃 하나로 무한허공에 콕콕하얀 점을 찍는, 애기봄맞이는 여름꽃입니다※ 애기봄맞이 : 앵초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국 각처의 들이나 길가 또는 논 주변의 습기가 많은 곳에 자생하.. 더보기
그녀와 애기수영 ▼ 잎.▼ 암꽃.▼ 수꽃.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그녀와 애기수영해마다 사월이면 그녀는하루 종일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호미질을 한다마당을 아무리 꼭꼭 걸어 잠그어도실낱같은 틈새 하나 놓치지 않고 게릴라 침투작전 벌이듯황사 미세먼지 낙하산을 타고 날아드는생태교란식물이라는 명찰을 단 애기수영과 환삼덩굴들,맞서 싸우는 그녀의 얼굴빛이 장엄하다제초제 살포 금지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우리집 마당 들꽃 보호 작전,봄이 끝날 때까지 날마다 백병전을 치른다새싹으로 올라오는 환삼덩굴은 쏙쏙 뽑아 된장국을 끓이거나샐러드 새싹비빔밥으로 나른한 입맛을 돋운다지만,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저 애기수영은꽃 피기 전에 초토화시켜 씨를 말려야 한단다그래도 꽃인데,간혹 줍지 못하고 흘려버린 싹이 있어 봄을 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