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
[잎]
[줄기]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감나무 꽃
지금까지 살아온 집을 떠납니다
너무 오랫동안
넓고 깨끗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엔 잎그늘을 지으면서
이렇게 행복을 만들어 가는구나
즐거웠습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샘추위 태풍에도
가을날의 탐스런 열매를 생각하며
참고 견뎌내는 용기
스스로도 대견스러워 했습니다
쏟는 만큼 거두는 정성
언제나 벅찬 감동으로 가지가지마다
잎 틔우고 꽃 피우며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떠나야 합니다
그대에게 걸어주던 꽃목걸이 누렇게 말라버렸습니다
지금의 울타리만으로도 얼마든지 하늘을 가릴 수 있지만
오래도록 머물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꽃을 피울 수는 없습니다
정든 울타리 안에서의 시간들은
앨범 속에 사진으로 끼워 두고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어 세워야 합니다
새 울타리를 만든다는 것이
힘이 들고 두렵기도 하지만
용기와 희망으로 가슴이 설레입니다
앞으로 쌓아올려야 할 울타리를 그려 봅니다
그 눈부신 희열이
온몸을 떨림으로 울게 합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집을 떠났습니다
※ 감나무 : 감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남의 집 부근에 심는다. 잎은 어긋나는데 가죽질로 계란형 또는 넓은 타원형으로 밑은 둥글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암수한그루로서 5~6월에 진한 황백색의 꽃이 피는데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씩 붙고, 수꽃은 모여 달리며,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4개로 갈라진다. 10월에 크고 둥근 열매가 황적색 또는 등황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식용하고, 한방에서 꼭지를「시체(柹蔕)」라 하고, 종자(씨)를「시자(柹子)」라 하며, 잎을「시엽(柹葉)」이라 하고, 곶감을「시병(柹餠)」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