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애기괭이눈
새해머리부터 몸살을 앓았다
느닷없이 기습한 독감 게릴라
나흘을 꼼짝없이 포위망에 갇혀
뼈마디 구석구석 독침에 찔리며
온몸 여기저기 열꽃을 피워내는 동안,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며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람을 생각했다
누구는 폐병쟁이사내까지도 끌어안고 사랑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떠나간 그녀
십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고
해가 바뀔 때마다 이렇게 독감으로 말라가는데,
자꾸 덧나기만 하는 상처를 남겨준
그녀는 어디에서 한번쯤 눈물 흘리며
나를 생각이나 해줄까
밖에선 내내 찬바람이 출렁거리고
안에서는 잔설이 얼어붙어 녹을 줄 모르는데
물별은 수없이 떨어져 베개를 적셨다
이젠 꽃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서러운 절망
늪이 되어 가라앉고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에 휩싸이며
반복되는 악몽으로 뒤척일 때
식은땀으로 차가워진 등 밑에서
수많은 물별이 강물 되어 흘렀다
들고양이처럼 퀭한 눈빛만 쏟아내며
그렇게 나흘을 어둠 속에서
온몸으로 흐느껴 울었다
어둠이 짙어야 별이 빛나는 법
그래야 새벽이 온다고 했던가
시린 하늘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별을 보며
겨우 추스른 몸뚱이 일으킬 때
물별 떨어진 자리에서 꽃이 피고 있었다
애기괭이눈
그렇게 피는 꽃이었다
※ 애기괭이눈 :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골짜기 습한 바위틈에 자생한다.「괭이눈」의 일종으로「괭이눈」보다 왜소하며 꽃도 일찍 핀다. 보통 4~5월에 연한 황록색의 꽃이 피는데, 꽃밥은 노란색이다. 2~3월에 높은 산에서 눈 속의 얼음을 동그랗게 녹이며 뚫고 나와 싹을 틔워 꽃대를 올리는 생명력이 아주 강인한 풀이다. 고양이의 눈처럼 생겼고,「괭이눈」보다 왜소하므로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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