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둑새풀
나는 풀이다
잘난 당신의 눈흘김
제초제 뿌리고 호밋날에 뽑혀도
거미줄 같은 뿌리 가닥가닥 늘이며
다시 일어서는 풀이다
볼품없다
독하다
손가락질 마라
버림받은 몸
입에 풀칠하기 위해 견딘다는 거
쉬운 일이더냐
당신이 쏟아 부은 제초제
나를 죽였다 오독하지 마라
제풀에 꺾여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당신보다 더 독한 이 세상
오래 버티고 견딜,
오뉴월에도 서리 내리는 한을 품고
겨우 두해를 사는 일생
무엇이 두려우랴
생각 없이 햇빛 느끼고 눈치 없이 기어오르며
한겨울 잔뜩 움츠렸던 서러움으로
악착같이
뿌리내리고, 꽃피우고, 씨를 맺는,
나는 지독한 풀이다
※ 둑새풀 : 벼과의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 논과 밭의 습지에 자생한다. 줄기는 밋밋하고 털이 없으며, 잎은 편평하고 분백색이 돈다. 4~5월에 갈색의 꽃이 피는데, 원기둥 모양의 호영에 원추화서로 달리며, 6월에 씨앗이 익는다. 지방에 따라「뚝새풀」,「독새풀」,「독새기」등으로 불린다. 어린 싹은 식용하고, 소의 먹이로도 쓰이지만, 농부가 제일 싫어하는 잡초로서 꽃이 피면 소도 먹지 않는다. 한방에서는「간맥랑(看麥娘)」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