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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4)

하늘타리 연분 이야기

[잎]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하늘타리 연분 이야기



  — 꽃 —
  나이 들어가면서 몇 번이나 아픈 이별의 벼락을 맞고 나니, 꽃색 현란한 봄꽃 보기 겁나더라. 여린 마음 유혹하여 언제 또 몽둥이 후려칠까, 칼 화살 꽂을까, 향내 짙은 꽃일수록 눈맞추기 덜컥 가슴부터 내려앉더라.

  色空의 분별없음이 해탈이고 화엄인데
  마른하늘에서도 날벼락 치는 땅에 뿌리박은 풀잎 나뭇가지 안쓰러워
  피안에 들지 못하는 觀音의 마음
  천 개의 눈과 손을 바로 볼 줄 모르는 산것들,
  하늘이란 한 울타리고 우주는 한 채의 집이거늘 너나 앞뒤 안팎 위아래 어디 따로 있다고 함께 살부비면서도 同床異夢을 꾸더라.

  — 만남과 이별 —
  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 했는데
  만남은 언제나 아픈 이별로 벼락을 쳤어도 한 번 떠난 사랑 끝내 되돌아오는 걸 여태껏 보지 못했으니, 옛말도 다 맞지 않다는 걸 내 몸으로 과녁이 되어 보고야 알겠더라.

  — 연분 —
  햇살 눈부신 봄날에 도져 산자락 등성이로 치달아오르며 번지는 화병이 아닌
  여름날 그늘 시원한 계곡에서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엮어져야 하는 것,

  금이 가고 틈 생겨 샛바람 맞바람 휭휭 들명날명 숭숭 구멍 뚫린 금방이라도 와르르 왈칵 무너져내릴 것 같은 돌담, 붙들어 세워 잡고 덮어주며 어울렁더울렁 넝쿨져 늘 곁에서 향기 하나 없이 그저 하얗게 침 질질 흘리듯 헤픈 웃음 풀어내는 하눌타리, 천진난만으로 미친년처럼 산발한 그 푼수의 얼굴이 편안하고 좋아 눈길 자주 가며 정이 들더라.





※ 하늘타리 : 박(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남의 낮은 산 밑이나 들에 자생한다. 커다란 고구마 같은 덩이뿌리가 있고, 잎은 줄기에서 어긋나는데 단풍잎처럼 5~7개로 갈라지며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다. 잎과 마주나는 덩굴손은 다른 물체를 감고 오르며 뻗어나간다. 암수딴그루로 7~8월에 잎겨드랑이에 흰색의 꽃이 한 개씩 피는데, 납작한 종모양의 꽃이 5갈래로 갈라지고, 갈라진 꽃잎 가장자리가 실처럼 잘게 갈라진다. 10월에 달걀보다 큰 타원형의 열매가 주황색으로 익는다. 지방에 따라「하눌타리」라고도 부르는데, 뿌리의 전분은 식용하고, 한방에서「과루(瓜蔞)」라 하여 씨와 뿌리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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