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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4)

오이지를 담그며

[암꽃]

 


[수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4)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오이지를 담그며


떠나는 사랑, 아프게 손 흔들어놓고
홀로 꾸리는 살림살이
끼니때마다 반찬준비 성가시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은 마음
밑반찬 만들어 오래 두고 먹을
오이지를 담근다

통통하게 물오른 오이 씻어
차곡차곡 담은 항아리
큼직한 돌멩이로 눌러놓고
끓는 소금물을 붓는다
팔딱팔딱 시퍼렇게 소리치는 얼굴
보기 안쓰러워 얼른 소래기를 덮는다

아, 헤어지겠다는 말도 못한 사랑아,
돌아보면 우리사랑도
저리 파랗게 물올랐던 때 있었겠지
소금물과 돌짝 밑에서
더 뜨겁게 뜨겁게
왜 눌려 있지 못했을까
곰삭고 삭으며 아삭아삭 맛을 내지 못했을까
파르라니 풋풋한 탄력만 믿고
쭈글쭈글 찌그러짐을 싫어했던 건 아닐까

아, 떠난 사랑아
절여지는 오이처럼
이제 탱탱했던 미움 빠져나가고
그리움도 쭈글쭈글해지겠지
아삭아삭 추억만 남겠지

아, 아픈 이별
뒤늦게 다시 곰삭고 또 삭으려고
돌에 눌리고 소금물에 절여지는 걸까
여린 오이도 아닌
노각이 되어버린 몸
지금이라도 곰삭고 곰삭아서
아삭아삭 오이지 맛을 내는
새사랑 찾을 수 있을까





※ 오이 : 박(외)과의 한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인도 원산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밭에서 농작물로 재배한다. 전체에 굵은 털이 있고,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있고, 얇게 갈라진 손바닥 모양으로 갈래는 끝이 뾰족하며 꺼칠꺼칠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겨드랑이에 덩굴손이 있어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5~7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단성화로서 암수한그루이다. 6~8월에 원기둥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데 처음에는 녹백색이었다가 점차 짙은 녹색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황갈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식용하고 수액은 화상 치료용으로 쓰며, 한방에서「황과(黃瓜)」라 하여 열매를 약재로 쓴다. 우리의 중요한 채소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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