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꽃]
[분홍꽃]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석 곡
딴딴한 바위도 기름진 땅
한낱 오기였는가
언제부터였는가
부서진 믿음
파아랗게 펼치고 싶었던 꿈의 이파리들
하나
하나씩
떨어지고,
퉁퉁 부어오른 몸뚱이
쿡쿡 쑤시는 퇴행성관절염
깊게 자리 잡지 못하고
가닥가닥 공중으로 드러나는 뿌리들,
비는 내리지 않고
마른안개 자욱한 벼랑끝
꽃 피우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묵히고 삭히며
남은 잎 모두 떨어져
배배 비틀리며 누렇게 말라버릴 때까지
안으로 속 끓여야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그대
사랑아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져버렸겠는가
쉽게 손놓아버릴 수는 없지
뿌리칠 수 없는 명줄 꽉 붙잡고
향기 짙은 꽃으로
어떻게든 살아있음을 증명하여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하늘 한복판 꾸욱 눌러 찍은
단 하나
마지막 남은 사랑의
인감도장
※ 석곡 : 난과의 늘푸른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섬이나 해안가 산지의 나무나 바위 위에 붙어서 자생한다. 줄기는 다보록하게 나고 마디가 많으며, 마디 사이는 통통하다. 잎은 마디 사이에서 어긋나는데 가죽질로 피침형이다. 5~6월에 잎 떨어지고 녹갈색으로 변한 묵은 줄기에서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의 꽃이 피는데 향기가 짙고, 9월에 열매가 익는다. 한방에서「석곡(石斛)」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쓰며,「석란(石蘭)」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자생하였으나, 무분별한 채취와 생태환경의 변화로 지금은 희귀식물로 전락하였다. 요즘은 식물원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여러 품종이 개량되어 가정에서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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