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수종사 솔붓꽃
늘어지는 햇살 뿌리치며 달음박질치던 구름 나뭇가지에 걸려 나뒹굴어지는 운길산
미끄러지는 아지랑이 붙잡고 수종사 범종소리 두물머리에 잠기면,
겨우내 희끄무레 낡아버린 산천 새단장하려고 하늘이 놓아둔 페인트통
봄가뭄 소용돌이치는 황사바람 속에서
키 세우려 기지개켜던 신록의 팔뚝에 채여 주루룩 엎질러진 연둣빛 물감 흘러 뚝뚝뚝 물속으로 풍덩 빠질 때,
뚜벅뚜벅 종소리 걸어간 발자국마다
솔붓꽃 핀다
높은 뫼뿌리만 가파른 것이 아니다
작은 산에도
뾰루지 돋아 덧나는 종기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딱지 지워지지 않는 얼룩 생채기 남기는
회오리바람 싸늘하게 몰아치는
가파르고 메마른 벼랑이 있는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찾아온다
쳐다보면 하늘은 새파란데 발밑은 까마득히 어둠 걸린 벼랑끝
현기증으로 주저앉아 눈 감고 싶을 때
운길산 산기슭 바위틈서리 메마른 한줌 흙 위에 발 디디고
키 작은 솔붓꽃
하늘도화지 그림 그리듯
숨 턱턱 막히는 고갯길 넘어
참사랑은 그렇게 온다
※ 솔붓꽃 :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경기도와 강원도 설악산 높은 지대의 건조한 곳에 자생한다. 잎은 어긋나고, 비스듬히 서며 칼 모양이다. 4~5월에 보라색의 꽃이 피는데 꽃줄기 끝에 1~2개씩 달리며 꽃줄기는 아주 짧고, 7월에 열매가 둥글게 익는다.「각시붓꽃」과 닮았으나 뿌리가 적색이며 잎과 바깥꽃잎이 좁은 것이 다르다.「마린(馬藺)」이라 하여 한방에서 꽃, 열매, 뿌리를 약재로 쓴다. 많은 수염뿌리가 달려 이 뿌리로 솥을 닦는 솔을 만들었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야생화 시집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추나무 (0) | 2010.02.05 |
---|---|
겨우살이 (0) | 2010.01.05 |
왕머루 (0) | 2009.12.28 |
석곡 (0) | 2009.12.24 |
잠자리와 끈끈이주걱 (0) | 2009.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