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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시집 (5)

모데미풀

[꽃봉오리]

 


[꽃]

 


[열매]

 

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모데미풀


  요즘 자주 꿈을 꾼다
  밤에는 물론 식곤증으로 졸리는 오후의 설핏한 낮잠에서도 어김없이 꿈은 찾아온다

  꿈속에서 만나는 얼굴
  떨어져 사는 아이들도 보이고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도 나타나고 여러 동생들과도 만나고 곁을 떠난 아내와도 부딪친다
  당숙 고모부 외숙부며 고종사촌 외사촌 형제들과 육촌형제들까지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는 얼굴들이 불쑥 나타나 안부를 묻는다
  세상에 계시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은 뵈지 않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는 얼굴들만 보인다

  요즘 언제나 무리지어 생활하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떼거리로 가을하늘을 활공하는 고추잠자리 같은 곤충에서부터 버들치 송사리 피라미 같은 물고기들, 가창오리 괭이갈매기 까마귀 같은 새들, 아프리카의 얼룩말이나 누우 떼 같은 짐승들을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 네 개의 씨받이 집성촌에서 우리 집만 외톨이로 설움 받던 동네, 달갑지 않지만 그래도 내겐 고향이어도 아버지에겐 늘 타향이었지
  문중의 종손인 아버지가 일가친척을 멀리 두고 와 이 마을에 살게 된 건, 일제강점기에 만주의 독립군을 도우다 발각되어 고문 받아 숨지고 재산 빼앗긴 증조부로 인해 망나니로 떠돌았던 할아버지 탓이었다지
  우리 집도 한 때는 북적이며 함께 살았고, 아버지처럼 문중의 종손인 나도 누구 집 숟가락이 몇인지 다 안다는 고향에서 살았었는데, 직장을 따라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지

  가족은 한데 모여 살아야 한식구인데 제각기 떨어져 지내는 피붙이 살붙이들, 식구일 수는 있을까
  지금은 병든 불구의 몸뚱이로 혼자 살지만 마음 하나 편한데, 어째서 밤이고 낮이고 잠속에서 꿈만 꿀까
  이제껏 놓아버리고 비우는 공부를 연습으로 살아왔는데, 평소 생각지 않던 얼굴들을 왜 꿈속에서 자꾸 만나는 걸까





※ 모데미풀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며 희귀식물로서 환경부 고시 멸종위기식물이다. 우리나라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소백산, 설악산, 점봉산, 광덕산 등의 깊은 산 숲속에 자생한다. 4~5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데 중앙에서 나온 한 개의 꽃자루 끝에 한 송이씩 하늘을 보고 핀다.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조각은 5장이다. 꽃 밑에는 총포(總苞)가 크게 자라 잎처럼 보인다. 꽃이 핀 후에 뿌리잎이 돋아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완전히 세 갈래로 갈라지며, 갈래는 다시 깊게 2~3갈래로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없다. 꽃이 지면 바로 열매를 맺는데 털이 없고 별같이 끝이 뾰족하게 생긴 열매가 둥글게 모여 방사상(放射狀)으로 퍼지며 익는다. 지리산 자락의 남원군 운봉면 모데미마을의 개울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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