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5) [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
남한산성 노랑붓꽃
수천 년 고단한 역사의 시름을 안고 흐르는 한강벌을
머얼리 굽어보고 있는 남한산성
그곳에는 노랑붓꽃이 산다
한겨울 매서운 북풍 강바람에도 꿈쩍 않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봄이면 노란 물감 찍어
한때의 아픈 눈물을 성벽마다 암각화로 새긴다
꽃 지고 봄 떠나면
성곽에 새겨진 푸른 암각화는 홀로 남아서
여름을 식히고 가을을 덥힌다
잎 지고 겨울 와도
여전히 향내는 남아서
壽石으로 굳어져 소나무 나이테를 불린다
지금은 암울했던 그림자 걷어버린 행락유원지
오르락내리락 행락객 발끝에 채이며 밟히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눈총 속에서
말 한 마디 없다가도
산을 더럽히는 낯짝 향해 일갈을 날린다
찾아오는 지인들 웃음소리 손 내밀어 잡아주는
소나무집을 짓고
돌의 가슴마다 훈훈한 입김을 불어
오늘도 바람 머물러 지키게 하는
남한산성에는 노랑붓꽃이 산다
※ 노랑붓꽃 :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특산식물이며 멸종위기 2급식물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산기슭 풀밭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가늘고 옆으로 길게 뻗으며, 줄기는 모여나고 곧게 선다. 잎은 창 모양으로 밑부분에서 줄기를 감싸고, 꽃이 핀 다음에 자라서 꽃줄기보다 길어진다. 꽃줄기에 달린 잎은 짧고 맥이 있다. 4~5월에 노란색의 꽃이 위를 향해 피고, 6~7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금붓꽃」과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우나,「금붓꽃」은 한두 개의 꽃줄기가 나와 하나의 꽃줄기에 한 송이의 꽃이 피면서 꽃잎에 자주색의 무늬가 있으며 바깥꽃잎의 끝이 뾰족하지만,「노랑붓꽃」은 여러 개의 꽃줄기가 모여 나와 하나의 꽃줄기에 두 송이의 꽃이 피면서 꽃잎에 자주색의 무늬가 없거나 있으며 바깥꽃잎의 끝이 둥글다.